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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레이싱

F1 그랑프리의 무대, 서킷(circuit)


오늘날의 F1 그랑프리는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행사로 불립니다. 특히 4년 개최 주기로 열리는 월드컵이나 올림픽과는 달리 매년 17개국 이상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점이 F1만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2006년 한국에서도 그랑프리가 개최가 확정되면서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2010년 F1 코리아 그랑프리 개최를 목표로 전남 영암에 서킷 건설 중에 있습니다.

F1 그랑프리의 무대, 서킷(circuit)


F1 그랑프리를 개최하기 위해서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서킷이겠죠.
서킷이 뭐지? 하고 생소해 하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지난 포스팅에서는 F1 그랑프리의 전반적인 역사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봤었는데요.


오늘은 F1 그랑프리의 무대가 되는 '서킷'에 대해서 준비했습니다.

서킷(Circuit)이란 자동차나 오토바이 따위의 경주용 환상 도로를 의미합니다. 레이싱 경기 모습을 보면 구불구불하게 만들어진 도로를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재미있는 경주를 위해 인위적으로 어렵고 쉬운 코스를 배합하여 만들어 놓은 도로인데요. 이러한 경주용 도로를 서킷이라 부릅니다. 

F1 그랑프리의 무대, 서킷(circuit)

< 1906년 영국 브룩랜즈 레이스 전용 서킷에서의 경주 >

이렇게 F1의 무대가 되는 서킷은 F1이 변화해 온 것만큼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구불구불 멋진 서킷에서 경기가 치뤄졌던 것은 아닌데요. 1950년 F1이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레이스들이 일반도로에서 열렸습니다. 이 같은 경주는 일반도로를 막고 자동차 경주를 연다고 하여, '로드 레이스'라고 불렀습니다. 레이스 전용 서킷은 F1이 시작되기 훨씬 전인 1906년(영국 브룩랜즈)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20년대에는 이탈리아 몬자(1922년), 독일 뉘르부르크링(1927년) 등 여러 나라에서 본격적인 서킷 건설이 시작되었습니다.

F1 그랑프리의 무대, 서킷(circuit)

< 독일의 뉘르부르크링 >

몬자와 뉘르부르크링은 설계자들이 의식적으로 레이아웃을 고쳤다기보다 도로를 중심으로 지형지물을 철저히 이용한 서킷이었습니다. 즉 이미 있던 길을 포장해서 레이스 전용 서킷으로 고친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구간에 따라 안전지대가 부족하거나 레이스 전용 서킷에서 볼 수 있는 스톱&고 구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이 두 서킷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는데, 뉘르부르크링이 퍼브릭 로드 서킷에 가까운 반면 존자는 스피드를 강조하는 특성을 갖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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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 몬자 >

몬자를 고속 서킷으로 만든 데는 이탈리아인들의 자존심도 한몫 했습니다. 이탈리아는 차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모터스포츠에 대한 긍지가 강한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920년까지 제대로 된 레이스 전용 서킷이 없었었는데요. 이미 1900년 초반 브룩랜즈와 인디애나폴리스에 고속 서킷을 지었던 영국, 미국과 비교해 보면 모터스포츠 중심국가였던 이탈리아의 자존심이 형편없이 구겨져 있던 때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탈리아인들은 몬자 서킷에서 가장 빠른 기록이 쏟아지기를 바랬고, 이 열망은 고속 서킷의 건설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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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실버스톤 >

2차 세계대전 후에 만들어진 레이스 전용 서킷은 영국 실버스톤이 대표적입니다. 실버스톤은 첫 번째 F1 전용 서킷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영국은 예전부터 일반도로 레이스를 금지시켰기 때문에 자동차 경주를 하기 위해서는 전용 서킷을 만들어야만 헀습니다. 이 때문에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서킷이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서킷이 하나둘 만들어 지기시작했지만, 1950년만 해도 전체 자동차 경주의 절반 정도가 일반도로에서 열렸습니다. 전체적으로 일반도로를 이용한 자동차 경주는 속도에 대한 체감도가 무척 높아 드라이버들을 혹사시키고, 주행에 대한 동물적 감각이 요구되어 머신 장악력이 뛰어나야만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주행에 대한 감이 떨어지는 드라이버나 머신 장악력, 경주차의 신뢰성이 낮을 때는 랩타임이 눈에 띄게 떨어졌습니다. 또한 일반도로 서킷은 매우 위험해 함부로 모험을 걸었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위험에도 일반도로 레이스는 관중과 드라이버들로부터 환영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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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5년 프랑스 르망 24시간 참사 사건 >

그러나 1955년 프랑스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 참사가 발생하면서 F1 서킷은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관중과의 친밀감이 자랑이던 시가지 서킷이 이 사건을 기점으로 점점 쇠퇴하고 자동차 경주 전용 서킷들이 그 자리를 대체했습니다. 1950년만 해도 F1의 절반이 일반도로에서 개최되었으나 54년에는 40%로 줄고 르망 참사 이후에는 17%로 떨어졌습니다. 50년대 후반에는 불과 12.5%에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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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 리게스 서킷 >

그리고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그랑프리가 열린 1960년대에는 여러 개의 서킷이 건설되었습니다. 62년에는 멕시코 시티에서 번외 경기가 열렸고 이듬해부터 정식 그랑프리로 캘린더에 등록되었습니다. 불운의 형제 레이서 로드 리게스의 이름을 딴 로드리게스 서킷은 고속 코스에다가 드라이버들이 진을 뺼 정도로 난해했으나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습니다.

캐나다에서도 그랑프리의 열풍이 불었습니다. 모스토 파크와 몽 트랑브랑 생 조비트 서킷이 67년부터 번갈아 가며 캐나다 GP를 개최했습니다. 남아프리카에서도 그랑프리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이스트 런던 서킷에서 그랑프리를 열었습니다. 67년부터는 키알라미에서 개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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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덜란드 잔드보르트 >

반면 네덜란드 잔드보르트, 오스트리아 젤트베크, 그리고 영국 브랜즈 헤치 등은 80년대 초반까지 주요 그랑프리 개최지 중 하나였으나 서킷 보수공사를 게을리한 탓에 F1 캘린더에서 사라졌습니다. 잔드보르트와 브랜즈 헤치는 두 나라 환경보호론자들의 시위 때문에 그랑프리 개최를 위한 리모델링 공사가 불가능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농민들의 반대가 컸습니다. 농민의 반대로 주정부의 서킷 예산이 삭감되면서 젤트베크 서킷은 FIA의 요구에 맞게 리모델링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90년대 오스트리아는 A1링이라는 이름으로 재개장했으나 3년만에 그랑프리 캘린더에서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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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킨스 글렌 >

1980년대에 많은 서킷이 F1 캘린더에서 모습을 감추었지만 가장 안타까운 것은 뉴욕 인근의 왓킨스 글렌입니다. 당시만 해도 왓킨스 글렌은 F1 대회 중 가장 많은 관중을 동원한 곳이었습니다. 80년에 왓킨스 글렌이 사라지고 난 후 미국에서는 롱비치, 라스베가스, 디트로이트, 달라스, 피닉스 서킷 등에서 F1이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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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기에 스파프랑코샹 >

80년 중반부터 유럽 중심의 모터스포츠가 본격적으로 동양에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가 일본의 스즈카와 호주의 애들레이드입니다. 80년대의 또 다른 성공비결 중 하나는 오래된 서킷 트랙의 길이를 짧게 바꾸는 작업이었습니다. 트랙이 짧아지면서 안전대책 범위도 좁아지고, 나아가 훨씬 안전한 경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트랙을 줄이면서도 본래의 디자인을 살리는 것은 오래된 서킷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벨기에의 스파프랑코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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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F1 코리아 그랑프리 개최를 위해 건설중인 전남 영암의 서킷 >

90년대 후반부터 F1은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유럽에서 담배광고를 전면 금지하면서 담배광고를 할 수 있는 지역으로 경기를 옮겨가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이 때문에 터키, 러시아와 함께 동유럽과 중동 그리고 서아시아가 진출 노력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다시 한번 서킷 건설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말레이시아와 중국, 바레인은 세팡과 상하이, 바레인 서킷을 건설한 후 F1 개발최에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최근에는 동유럽의 F1 진출 노력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미 유치에 성공한 헝가리에 이어 러시아, 루마니아가 도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도 2010년 개최 목표로 전남 영암에 서킷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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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레이시아 Sepang >

이러한 서킷은 국제자동차연맹(FIA)의 점검을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점검 결과, 서킷에서 열 수 있는 레이스 수준과 알맞은 주행속도, 안전규정 등에 따라 1~6등급까지 나뉘는데, 이때 서킷 상태나 안전장비 등 모든 면에서 FIA규정을 통과해야만 1등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형식승인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개선이나 시설 보수 등을 바친 서킷은 다시 등급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예전의 서킷은 대부분 속도를 높이기 위해 코너보다 직선로를 많이 두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경주차가 지나치게 빨리 달리다 사고나는 것을 막기 위해 코너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단순히 속도로 기록을 갱신하는 것이 목표가 아닌 안전하게 스포츠를 즐기는 것 또한 중요하기 때문이겠죠.

이상, 지엠대우톡의 토비토커 나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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