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28 08:00

책은 배달하고 아이들은 귀가시켜요, 안양 푸른어린이 도서관 



안양 푸른어린이 도서관에 서있는 쉐보레 스파크는 꿈꿉니다. 방과 후 소외된 아이들에게 든든한 방패막이 되어줄 수 있기를. 그리고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책을 한 권이라도 더 배달할 수 있기를요.  

글ㅣ 사진 조숙현  



쌀쌀한 추위가 느껴지기 시작한 어느날 안양시 박달동에 위치한 푸른어린이도서관으로 찾아갔습니다. 도서관은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 건물 지하에 있었습니다. 얼핏 평범해 보이는 건물이지만 소나무 샛길로 들어서는 입구에서 운치가 느껴졌습니다. 푸른어린이도서관 이시내 관장은 현재 안양시 작은도서관 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기도 하다는데요. 도서관과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시내 관장: 저는 원래 사회복지사로 일하다가 2006년부터 마을도서관 일을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실직 사서들과 마을도서관을 연결시켜주는 일이었는데, 하다 보니 작은 도서관의 필요성을 깨닫고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도서관 내부 곳곳에서 아이들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도서관에서는 공동체 안에서 나를 표현하면서 또한 함께 지켜가야 할 것들을 함께 가르칩니다. 마을도서관은 아이들의 방과 후 복지를 위한 공간이면서 또한 마을의 사랑방과 같은 공동체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이시내 관장:도서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교육프로그램은 미취학 아동들에게 은퇴한 선생님들이 책을 읽어주거나, 고등학교 학생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수업이 있어요. 하지만 딱딱한 교육 보다는 방과 후에 아이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미술지도나 우쿠렐레 강습 등이 더 많아요.




이미 공부에 지칠 대로 지친 아이들에게 공부보다는 방과 후 엄마처럼 맞아주는 선생님이 있고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자는 것이 도서관의 모토였습니다. 얼핏 간단하게 들리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교육프로그램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안전에 관련한 부분이었습니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요즘 아이들의 귀가길을 챙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때 한국지엠 한마음재단의 차량 기증으로 이시내 관장의 고민거리가 크게 줄었습니다. 한국지엠이 기증한 스파크는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하거나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책을 읽은 아이들을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줍니다. 몸이 불편한 장애아들이나 도서관에 들르기 쉽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책을 배달대여 서비스도 가능해졌습니다. 마침 제가 방문한지 얼마되지 않아 관장님이 논술학습을 끝낸 주희를 집으로 데려다 주기 위해 스파크에 올랐습니다. 




주희를 집까지 바래다 주고나서는 2군데를 들러 책을 배달해야 합니다. 꾸러미를 펼쳐보니 누구나 어린 시절 재미있게 읽었을법한 고전 <이솝 이야기>나 <완두콩 공주>가 보이고요, 현대 동화책도 한 권 보입니다. 이시내 관장님 말로는 푸른어린이도서관에서 가장 잘 나가는 책은 학습 만화책 종류라고요. 


이시내 관장:요즘 아이들은 확실히 예전에 비해서 인쇄문화에 대해 어려워해요. 그래서 과학만화나 역사 인물 만화 같은 교육만화들이 가장 잘 나가는 편이에요.




주희를 내려주고 첫 배달을 위해 안양에 있는 한 장애아 모임으로 향했습니다. 책 배달을 받기로 한 1번 타자가 그곳에서 대기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거든요. “엄마가 책 가지고 오라고 했어요!” 책 꾸러미를 받고 기뻐하는 남학생. 이렇게 책을 빌리러 오기가 힘든 아이들을 위해 스파크가 묵묵히 책 배달 임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임무를 완수하자 벌써 조금씩 날이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서둘러 두 번째 책배달을 위해 나갑니다. 현재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지현(가명)이는 이제 사춘기가 시작되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할머니는 지현이 때문에 걱정이 많습니다. 몸이 훌쩍 자라는 아이의 마음을 자라게 하려면 책 만한 것이 없습니다. 책을 전달 받으러 대문에 나와 계신 할머니. 지현이에게는 어떤 책이 배달되었을까요? 문앞까지 찾아가 차분하게 책을 전달하는 마음이, 그리고 스파크가 믿음직스럽고 편해서일까요?  지현이 할머니는 학교 선생님이나 이웃들에게는 조심스러운 지현이 이야기를 조심스레 터놓고는 한답니다. 



분주했던 일정이 끝내고, 조용한 오후의 도서관에서 관장님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는데요. 먼저 작은도서관의 필요성과 가치관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시내 관장:요즘은 초등학생들도 과외 활동이 워낙 많잖아요. 그런데 사교육적 혜택을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대안교육을 할 수 있는 곳이 작은 도서관이에요. 또, 맞벌이 부부들 자녀들 같은 경우는 방과 후에 아이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아요.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어요. 방과 후에 한 아동이 팔이 빠져서 울면서 도서관에 찾아 온 거예요. 그럴 때 마을 작은 도서관에서 돌봄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거죠. 도서관이라고 해서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미 시립도서관 같은 시설들이 있으니까요. 작은 도서관은 동네 사랑방처럼, ‘공동체 공간’이 형성되는 거죠. 말하자면 마을에서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거예요. 소외된 아이들에게도 ‘자신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어른이 있다’라는 걸 인식시켜 주는 게 작은 도서관이 하는 일 인거죠. 



안양 푸른어린이도서관과 같은 좋은 취지로 시작된 작은도서관들은 전국에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모두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데요. 


이시내 관장:가장 고질적인 문제는요, 지속적인 운영이 되기 위한 기금 마련이에요. 저희로서는 사서 자격증이 있는 분들도 유치하고 싶고, 제대로 뭔가 해보고 싶어도 여건이 안 돼서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현재 문광부에 ‘작은도서관 활성화 사업’이라는 복지법 조례도 만들어져 있기는 해요. 하지만 평가기준이라는 게 보면, 실제 작은 도서관들의 기준하고는 현실적인 괴리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지원기준이 되기 위해서는 이미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운영되고 있는 정도의 수준을 요구하거든요.


아직은 많은 고민과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푸른어린이도서관의 미래, 잘 헤쳐 나가시길 기원합니다. 한국지엠과 스파크도 그 옆자리를 지킬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쉐보레 스파크와 함께한 이시내 관장님의 모습을 담아보았습니다. 스파크와 함께 아이들에게 꿈과 사랑을 전달하는 관장님의 눈빛에서 도서관 주변 솔향기처럼 맑고 상쾌한 기운이 전해졌습니다.  

마을 어린이들에게 꿈과 지식을 실어 나르는 자동차가 되고픈 쉐보레의 작지만 당찬 꿈, 이루어 질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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