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19 13:08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나 했더니 어느새 한낮의 온도는 살짝 후덥지근하기까지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봄이라는 계절이 주는 설레임이나 분위기를 참 좋아하는 편인데 점점 봄의 시간이 짧아지는 것이 느껴져 아쉬울 뿐 입니다. 

 

제가 봄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모터스포츠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계절이 봄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봄이 꽃이 피는 계절이라면, 모터스포츠를 기다리는 분들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계절일텐데요. 3월부터 2017 시즌의 대회가 하나씩 개막전을 치르고 있습니다. 저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KIC CUP 경차 클래스의 개막전에 참가했습니다. 작지만 가장 치열했던 경차전의 현장을 지금부터 함께 하실까요?

 

 

 

 

사실 겨울 내내 연습이라고는 1월 초 트랙 데이 때 서킷에 대한 감만 익히고 온 것이 전부였습니다. 서울에 살고 있는 저에게 영암은 그리 가까운 곳은 아니니, 동계 시즌권을 끊어서 타기도 쉽지 않았구요. 대략적인 거리가 360 km 정도 되니, 거의 서울에서 부산까지 조금 못 미치는 거리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월에 작년 시즌의 베스트랩보다 좋은 기록을 내고 왔다는 것이었죠. '뭔가 이번 시즌은 포디움 근처를 막 어슬렁거리고 그래서 그런건가?!' 라는 김칫국 드링킹을 화이팅 넘치게, 마음속으로 조금 했었습니다. 다른 선수들의 기록을 보기 전까지는요...

 

 

새로운 2017 시즌 - 주목해야 할 것은 타이어!

 


올해 가장 큰 변화는 타이어 규정의 변화입니다. 작년 경기와 다른 브랜드의 타이어가 협찬사로 선정되었고, 모든 차량은 해당 브랜드의 타이어로 경기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경기가 있기 얼마 전 광주의 한 샵을 찾았는데요. 이 곳은 다름아닌 작년 저희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김효겸 선수의 샵이기도 하죠. 

 



2017 시즌은 김효겸 선수도 엑스타 슈퍼챌린지 118d 원메이크 클래스 등의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인제 스피디움으로 떠났더군요. 


 


지난 한 해 동안 열심히 달려 주었던 타이어를 떠나 보내고 새로운 타이어를 장착했습니다. 원래는 타이어 교환 후에는 얼라이먼트를 측정해야 하지만 얼마전 얼라이먼트를 조정하였고, 스펙이 다르지 않은 타이어이기 때문에 별도로 얼라이먼트를 점검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 세팅이 가져오는 결과는... 잠시 후에 공개됩니다.

 

 

새로운 시즌, 더 강력해진 경쟁자들!


작년에 처음으로 신설된 KIC CUP 의 경차 클래스는 올해로 2년째입니다. 2회 대회로 접어들면서 경차 클래스는 포디움 클래스와 비기너 클래스로 나누어 진행합니다. 포디움 클래스는 작년 시즌 5위까지의 선수와 타 대회에서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가 참가가 가능합니다. 상위 클래스답게 차량의 최소 무게와 타이어&휠, 서스펜션 등이 비기너 클래스와 약간의 규정이 다르게 진행됩니다.

 

드디어 연습 주행이 있던 4월 1일. 2017 시즌을 맞이하여 두 클래스에 새로운 선수들이 꽤 보입니다. 기존의 다른 대회에 출전했던 선수들도 있고, 작년의 저처럼 올해 새롭게 출전하는 선수들도 있네요. 어색한 듯 반갑게 인사를 나누어 봅니다.

 


저는 와이프와의 동행으로 서울에서 여유롭게 출발했기에 오전 연습주행은 참가를 하지 못했습니다. 광주에 잠시 맡아 두었던 더 넥스트 스파크를 타고 오후 연습 2세션을 위해 영암 서킷으로 출발을 했죠. 같은 팀 선수들은 이미 오전 연습주행을 마치고 점심식사 후에 오전의 주행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더군요.

 


 

새로운 타이어로 첫 서킷에 오른 탓인지 기록이 지난 1월만큼 나오지는 않습니다. 1월에 1:46:95 가 나왔는데 오늘의 최고 기록은 1:48:59. 



아무리 새 타이어라고 하지만 썩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닌 상황. 이미 길들이기가 되어 있는 타이어를 장착한 선수들은 45~47초를 기록하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타이어보다 영향을 준 것은 캠버 값을 기존보다 작게 가져간 것이었습니다. 얼마 전 얼라이먼트 세팅 당시에  캠버 양을 조절한 게 결국 스티어링 양을 많이 가져가게 만드는 결과를 내고 말았던 것이죠. 상황은 이미 벌어졌고 짧았던 두 번의 연습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일단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포디움 클래스에 출전하는 같은 팀의 박영일 선수의 인캠을 다운 받아서 제 영상과 비교를 해 봅니다. 


 

비 시즌 기간 동안 서킷 주행을 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의 주행이 소극적이고 반응이 한 템포 늦다는 것이 확인되는군요. 스티어링 휠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과연 내일 아침에 치뤄질 예선에서 모두 극복할 수 있을지 걱정을 안은 채 잠을 청해 봅니다.


 

 

 

모든 스포츠에는 각본이 없다.


드디어 대회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대회의 아침은 일찍 시작됩니다. 오전 8시에 있을 드라이버 브리핑 이전에 메디컬 체크를 끝내야 드라이버 브리핑이 끝난 후에 폰더 (기록 계측을 위해 차량에 장착하는 장비) 를 수령하고 예선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경차 예선은 오전 10시. 폰더를 받아서 차에 장착하니 9시 정도가 되더군요. 이제 차량 점검에 들어갑니다. 연습 경기가 끝나고 있었던 차량 점검 때 측정했던 무게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무게 최소 규정에 맞게 연료를 보충합니다. 연료 드레인은 불가능 하니, 전날 체크했을 당시에 게이지를 잘 기억했다가 리터 x 0.7 을 해서 대략적인 무게를 예측해야 합니다. 


 

대표이미지

 

하지만 여기서 고려해야 할 최종 무게는 주행 후의 차량의 무게입니다. 차량 세팅에 도움을 주는 미케닉이 있긴 하지만 아마추어 경기는 각자 차량에 대한 것들은 드라이버가 직접 기억하고 확인해야 합니다.

 



연료를 보충하고 타이어 공기압을 서킷 주행에 맞게 맞춥니다. 새 타이어의 특성을 고려하여 전륜을 후륜보다 조금 더 높게 세팅합니다. 아무래도 새 타이어는 타이어 면의 코팅 상태나 예열 측면에 있어서 그립을 충분히 끌어올리기가 길들이기를 마친 타이어보다 불리하다는 판단 때문이었죠.

 

6점식 벨트를 갈비뼈가 부러진다는 느낌으로 꽉 조여 매고 드라이버 글러브를 끼고 담담하게 예선을 준비하려 했으나 헛기침이 그만... 제가 긴장을 하면 헛기침을 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너무 긴장한 탓이었을까요? 어제의 기록을 아주 조금 앞당긴 채 예선을 마무리했습니다. 또다시 인캠을 보면서 결선을 준비해야 하는데, 인캠은 눈에 안 들어오고 한심한 예선 기록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순위의 숫자도 참 안 이쁩니다. '18' 이라니...전 개인적으로 '1' 을 좋아하는 데 말이죠.

 

 


이상이 아닌 현실로 돌아오니 결승 그리드가 도착해 있더군요. 포디움 클래스 4대와 약간의 텀을 주기 위한 2개의 빈 그리드를 포함하니 저의 출발 순위는 24번째 그리드에 위치해 있습니다. 작년 팀 구성원에 67번 김상호 선수가 합류한 'F1 Carrier' (2017년 팀명이 변경되었습니다.) 는 1, 2번째 그리드를 차지하고 있네요. 같은 팀이지만 그 위치가 탐나기도 합니다. 비공식 베스트랩을 가지고 있는 박희주 선수는 개인 사정으로 이번 경기를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모든 클래스의 예선전이 끝난 뒤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피트로 돌아오니 KICCUP 의 개막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모든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서킷에 모여 행사의 시작을 축하합니다. 서킷 위에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경쟁자이지만 헬멧을 벗은 선수들은 서로 친근하게 안부를 묻기도 하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아마도 경쟁 이전에 레이스라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 있다는 소속감 때문에 더 친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개막행사가 끝나고 나니 조금은 여유가 생긴걸까요? 결승전에 나서는 저의 마음도 조금은 편해진 듯 합니다. 카메라를 향해 승리의 손짓도 한번 날려줍니다. 가슴속에... 아니 헬멧속에 차오르는 볼살은 감출 수가 없네요.

 


그리드 워크가 끝나고 포메이션 랩을 돌아서 24번 그리드로 돌아 왔습니다. 언제나 이 순간은 가장 긴장되면서도 동시에 차분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이러니한가요? 아마 모든 결승선에 선 스포츠 선수들 마음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으니 가장 긴장되는 순간 최선을 다하자라는 생각 하나만 하게 될테니까요.

 

 

드디어 스타트! 20대가 넘는 차량이 일제히 출발합니다. 후미 그리드에 있다 보니 신호등이 잘 안 보여서 스타트가 조금 늦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경기는 시작되었으니까 스타트 실수는 언제라도 만회할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달려봅니다.


 

 

위 영상은 올해 처녀 출전한 폴포지션의 쟈스민 최 선수 인캠영상입니다. 폴포지션은 레이싱 명가답게 다양한 선수들이 출전하고 있는데요. 쟈스민 최 선수는 처음 출전이지만, 안정적인 실력으로 멋지게 완주까지 하신 멋진 여성 드라이버입니다. 앞으로 제가 경계해야 할 선수 중의 한 분이기도 하구요. 

 

 

 

두번째 영상은 거손레이싱의 김광백 선수 인캠입니다. 거손은 작년 시즌부터 함께 했던 동료로 작년부터 꾸준히 성적이 상승하고 있는 팀입니다. 

 



작년 시즌에는 저 하나 챙기기에도 바빴다면 올해는 그래도 두 번째 시즌이라 주변 선수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거 같습니다. 차 안에서는 온전히 혼자이지만, 서킷 안에서는 모두 함께 달리기 때문에 적이 아닌 친구, 혹은 동료애가 조금씩 생겨나더군요. 앞으로도 경기 때마다 다른 선수들의 이야기도 함께 하고 싶습니다. 

 



2번째 시즌이 되다 보니 다들 서킷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선수들의 실력 차이도 줄어든 상태에서 경기에 임하다 보니 어느 때보다 경쟁은 더욱 치열했습니다. 여러 건의 사고가 있었고 그중에 같은 팀의 박성환 선수는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로 리타이어를 해야만 했습니다. 겨울 시즌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박성환 선수의 리타이어가 가장 안타깝습니다.

 



다행히 크게 다친 곳은 없었지만 안정적으로 선두권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저뿐만 아니라 팀원들도 모두 아쉬움이 컸습니다.

 

현재는 차량 수리도 모두 끝나고, 또 다시 2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진정한 레이서로써 존경스러울 정도입니다. 제가 팀에서 가장 애정하는 선수이자 형입니다.

 

 

그래도 레이스는 계속된다!

 

 

우여곡절 많았던 경기는 30분이 지난 후에야 끝이 났습니다. 누군가는 1등을 했고, 누군가는 원했던 성적보다 못한 결과를 가진 채 경기를 마무리했을지도 모릅니다. F1 Carrier 팀은 포디움 클래스의 박영일 선수가 1위, 비기너 클래스에서도 조용근 선수와 김상호 선수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타임 트라이얼에 출전했던 정재근 선수도 2위로 마무리했군요. 저도 우승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처음으로 10위권 안쪽의 성적으로 경기를 끝마쳤습니다.

 


항상 경기가 끝나고 현실로 돌아오면 얼마간은 그 날의 즐거웠던 기억으로 몇 날을 보내곤 합니다. 가장 팀원들과 연락을 많이 주고받는 기간이기도 하지요. 저 같은 경우에는 더 노력해야지라는 다짐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다음 경기까지는 다시 열심히 일상을 살면서 틈틈히 경기를 준비해야 합니다. 다들 선수이기 전에 누군가의 아빠나 엄마, 배우자 그리고 아들, 딸일테니까요. 그리고 경기장에서는 누구 보다도 열정적인 레이서로 변신하는 것이죠. 

 


언젠가 서킷을 떠나는 그 날까지 더 넥스트 스파크가 잘 달려주었으면 합니다. 마음으로는 그런 날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지만요. 이제 개막전은 추억으로 남겨두고 2전을 향해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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