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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크루즈

8년만에 다시 만난 첫 사랑 - 올 뉴 크루즈 디젤 시승행사



제목이 좀 오글오글하죠? 올 뉴 크루즈 디젤 시승기를 쓰면서 무엇을 제목으로 쓸까 고민하다가 정해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돈 모아서 처음으로 샀던 자동차가 바로 크루즈의 전신인 라세티 프리미어였거든요.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뒤 그 후속모델을 다시 만난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옛날 기억도 떠오르고 싱숭생숭하더라고요. 마치 얼굴 볼 것도 없이 사귀는 것처럼 당시 저도 시승 한번 하지 않고 지인들의 칭찬일색 평가만 믿고 덜컥 질러버렸습니다. 그리고 2년 동안 4만여km를 신나게 탔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단단한 주행성능을 가진 차를 좋아하게 된 것도 라세티 프리미어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 세대 변경한 크루즈 디젤 모델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사족이 길었습니다. 지난 11월 1일에 있었던 크루즈 디젤 시승회의 기억을 전합니다.

 

대표이미지

[사진1. 올 뉴 크루즈 디젤 런칭행사 포토존]

 

1. Design


올 뉴 크루즈에는 쉐보레의 패밀리룩이 곳곳에 녹아있습니다. 노란 보타이 엠블렘이 붙어있지 않더라도 쉐보레 차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을 정도죠. 무엇보다 헤드램프와 전면그릴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느낌이 형제차인 말리부와 꼭 닮았습니다. 뒷모습도 마찬가지에요. 끄트머리를 살짝 말아 올렸죠? 디자인적으로나마 스포티한 감성을 더해주는 요소입니다. 올 뉴 크루즈는 여기에 짤막한 스포일러까지 트렁크 일체형으로 덧댔습니다. 감성적인 만족도를 높여주는 장치죠.

 

[사진2. 올 뉴 크루즈 디젤, 리어]

 

올 뉴 크루즈의 얼굴은 쉐보레 뿐만 아니라 국산 준중형 시장을 놓고 보더라도 가장 샤프한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전면 그릴을 두 부분으로 나누고 윗부분은 양 옆 그릴과 이어진 것처럼 보이게 해서 차가 낮고 넓어 보입니다. 다시 말해 잘 달릴 것처럼 생겼습니다. 실제로도 그렇고요. 


차체에 흐르는 전체적인 라인도 매끈합니다. 엔진룸, 캐빈, 트렁크를 확실하게 구분하는 디자인이 아니라 문짝 두 개 달린 쿠페처럼 늘씬하게 뽑아내 글로벌 자동차 디자인의 트렌드가 잘 반영된 모습입니다. 


[사진3. 올 뉴 크루즈 / 출처 : 미디어지엠]



사실 크루즈 디젤은 생김새만 놓고 보면 가솔린 모델과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트렁크 우측 상단에 TD(Turbo Diesel)라는 배지가 붙은 게 다른 정도입니다. 엔진 룸이나 주유구를 열어보기 전에는 디젤엔진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힘듭니다. 하지만 올 뉴 크루즈 자체가 정성이 상당히 많이 들어간 디자인이기 때문에 얘기할 것은 여전히 넘치죠. 


무엇보다 꼭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철판을 구부리거나 펴서 만들어낸 차체입니다. 차체 금형기술은 가격은 물론이고 굉장한 기술력을 필요로 합니다. 자동차 브랜드의 힘을 가늠해볼 수 있는 확고불변한 잣대거든요. 다리미로 옷에 칼 주름 넣는 것도 힘든데 하물며 철판을 구부리는 건 어떻겠습니까? 

 


[사진4,5 올 뉴 크루즈의 라인 / 아래 사진 출처 : 미디어지엠]


전 세대 크루즈가 차체 곳곳을 직선으로 그어 강인하고 남성다움을 강조했다면 올 뉴 크루즈는 직선의 흐름을 군데군데 꺾고 더했습니다. 보닛만 보더라도 선이 무려 다섯 갭니다. 옆면을 보면 앞 펜더에서 시작해 문 손잡이를 따라 흐르는 라인이 테일램프까지 이어지죠. 도어 하단을 보면 또 다른 라인이 두 개나 있습니다. 


이런 선과 선의 흐름에서 생겨나는 여러 각도의 면은 입체감을 만들어냅니다. 사람과 마찬가지에요. 운동을 해서 근육으로 다져진 몸이 더 볼륨 있어 보이고 단단해 보이는 것을 생각해보세요. 올 뉴 크루즈는 형인 말리부보다 외관에 공을 더 많이 들인 차입니다. 단지 더 늦게 나온 모델이기 때문에 당연한 거 아닌가라고 치부할 수준이 아닙니다. 



[사진6. 올 뉴 크루즈 센터페시아]


완전히 달라진 겉모습에 걸맞게 실내도 눈이 돌아갈 만큼 변했습니다. 소재의 선택이나 가공이 비교할 수 없이 개선됐거든요. 눈으로 보기에도 그렇지만 손으로 만져보면 더 잘 느껴져요. 다이얼이나 버튼의 조작감도 훌륭하고 단과 단 사이에 유격도 없습니다. 계기판을 보면 엔진 회전계와 속도계 사이에 커다란 디스플레이가 새로 생겼습니다.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인포테인먼트나 전화 같은 운전 외 기능을 쉽게 확인하고 운전대에 달린 버튼으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크루즈는 적재공간도 다양하게 배치했습니다. 앞뒤 도어 포켓은 물론이고 기어봉 앞이나 문고리 아래에도 자잘한 것들을 담을 수 있는 움푹 패인 공간을 만들어뒀죠.


 

2. Performance


우스갯소리지만 2009년에 라세티 프리미어 디젤이 처음 출시됐을 때 별명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인터넷 슈퍼카’입니다. 단단한 하체와 주행질감 덕에 생긴 별명인데 지금도 그 얘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있습니다. 가솔린 모델보다 더 높은 출력과 토크 덕에 시종일관 풍요로운 성능을 냈거든요. 


당시 2L 디젤엔진을 넣은 국산 준중형 세단은 유일했던 터라 여러 인터넷 게시판에는 별의별 무용담이 넘쳐났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독일 B사 동급 세단과 배틀이 붙었는데 어느 정도 붙어 볼만 하겠더라” “국산 중형차와 붙어도 성능 면에서는 뒤질 게 없더라” 같은 내용들이었죠. 물론 주관적인 이야기들이 많아서 그대로 믿을 순 없지만 국내 준중형차시장에서 큰 파란을 일으켰던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사진7. 올 뉴 크루즈 디젤 엔진룸]


시간이 흘러 올 뉴 크루즈 디젤에는 배기량이 줄어든 1.6L 터보 디젤 엔진이 들어갔습니다. 134마력 최고출력(3500~4000rpm)에 32.6kg.m 최대토크(2000~2250rpm)를 내고요. 시승하며 기대했던 부분은 초기반응성과 소위 말하는 ‘가속발’이 어떻게 이어지는가였습니다. 가솔린엔진 대비 한 박자 쉬었다가 영차하며 늦게 가속하는 디젤엔진의 단점과, 배기량을 줄인 만큼 속도가 올라갈수록 맥을 못추는 것을 어떻게 보완했을지 궁금했거든요.


결과부터 말하자면 두 가지 모두 예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올라가는 속도계의 바늘과 체감하는 속도의 변화 사이에 격차가 상당부분 줄었어요. 2L 디젤엔진보다 처음에 답답한 게 많이 없어졌구나 하는 생각이 바로 듭니다. 몇 번이고 테스트해봤는데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진8. 올 뉴 크루즈 디젤 주행사진]


또 고속으로 가속을 해도 마찬가지 입니다. 숨이 죽을 것 같은데 안 죽습니다. 사실 이게 제일 신기했어요. 1.6L 배기량을 갖고서 2.0L 엔진이상의 성능을 보여줬으니까요. 도로상황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충분히 속도를 더 올릴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변속기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사실 이전 라세티 프리미어 디젤 때는 ‘보령미션’이라 불리던 6단 자동변속기에 대해 말들이 많았거든요. ‘2단인가? 아, 3단?’ 이렇게 버벅거린다고요. 그 탓에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라세티 프리미어 디젤이 진리라는 말도 있었고요. 하지만 올 뉴 크루즈에 들어간 3세대로 발전한 6단 자동변속기는 빠릿빠릿했습니다. 변속이 더디다는 느낌이 상당부분 해소됐습니다. 


[사진9. 올 뉴 크루즈 디젤 주행사진]


시승에 앞서 엔지니어로부터 조용한 디젤엔진이라는 설명을 많이 들었는데 이 부분도 공감이 갔습니다. 차체 내부에 흡음, 방음재를 많이 두른 것 보다는 엔진 자체에서 내는 소리가 적은 것 같더라고요. 보닛을 열고 소리를 들어보니 알겠더군요.


올 뉴 크루즈 디젤의 공인복합연비는 휠 크기에 따라 15.5~16.0km/L입니다. 시승을 할 때는 연비에 신경을 쓰면서 달리지는 못했습니다만 공인연비 이상은 충분히 나올 것 같네요. 발 컨트롤을 잘만 한다면 51.3L기름탱크를 가득 채울 경우에 1000km도 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건 제가 라세티프리미어 디젤을 갖고도 1회 주유로 1000km에 육박하는 거리를 달려봤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3. Safety & Convenience


올 뉴 크루즈의 뼈대는 독일 오펠이 주도해서 만든 차세대 준중형 아키텍쳐를 바탕으로 매만졌습니다. 기존 크루즈보다 차체 강성은 27% 강해졌는데 중량은 110kg이나 가벼워졌죠. 이런 체중감량과 강성강화는 주행성능을 좋게 할 뿐만 아니라 차의 안전성까지 끌어올리죠. 또 올 뉴 크루즈의 전체 길이는 25mm 늘어났습니다. 그 중 15mm가 휠베이스를 늘리는데 쓰였고 그 덕에 2열 레그룸이 22mm나 넓어졌죠. 차에서 안락함을 느끼는 첫 번째 기준은 거주성입니다. 답답한 공간에 있는 것보다 넓은 공간에서 더 여유로움을 찾을 수 있잖아요? 


[사진10. 올 뉴 크루즈 디젤 차량 내부]


올 뉴 크루즈의 시트는 몸을 잘 지지해줍니다. 앞 좌석뿐만 아니라 뒷좌석도 시트의 착좌감이 훌륭합니다. 물론 성인 셋이 앉아서 장거리를 가기에는 비좁을 수 있지만 성인 두 명이라면 꽤 편안한 자세가 나옵니다. 

 

여기에 편의사양도 업데이트했습니다. 각종 안전장비도 모두 적용했습니다. 스마트하이빔, 전후방 주차 보조, 사각지대 경고, 전방 충돌 경고, 전방 거리 감지, 자동 주차 보조, 차선 이탈 경고 및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처럼 한 번 경험해보면 그 소중함과 편안함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옵션들입니다.


[사진11. 뒷좌석 열선 버튼]


거주성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는 말 그대로 편의사양입니다. 차 안에서 얼마나 다양한 호사를 누릴 수 있느냐인 거죠. 스마트폰무선 충전시스템이라든지 열선시트, 질 좋은 가죽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전자동 에어컨 등이죠. 올 뉴 크루즈에서는 모두 선택 가능합니다. 이번에 디젤 모델을 출시하면서 한번 더 업데이트 되어, 최고트림인 LTZ에서는 뒷자리 열선시트도 추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뒷좌석 에어덕트까지 추가되었으니 이제 더 바랄 것도 없겠네요.


올 뉴 크루즈 디젤의 가격이 어제 발표됐습니다. 2249만~2558만원입니다. 다소 비싸다는 평가가 눈에 띄지만 시승을 통해 차량의 완성도를 직접 경험하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구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차대비 비싼 가격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해요. 그럼 가능성은 없을까요? 아뇨,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국내 준중형차 시장은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의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낮거든요. 무조건 남이 좋다거나 시장에서 더 많이 선택하는 차만 고집하지 않죠. 성능을 더 중요시 여기는, 진짜 가치를 아는 소비자라면 깡통 중형차, 또는 가격은 다소 낮지만 성능은 많이 떨어지는 준중형차 대신 크루즈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시승기는 유튜브에 있는 한상기 채널에서도 동영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포스팅은 에디터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쉐보레 톡블로그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