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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CTS

CTS-V 주말 보고서 : 고성능과 실용성 사이

CTS-V 주말 보고서 : 고성능과 실용성 사이

 

 

모두 불금을 보내려고 떠난 저녁에 한 남자가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을 합니다. 화가 날 법도 한데, 그 남자의 얼굴은 꽤 상기되어 있군요.

워커홀릭이냐구요? 아마도 그건 아닐 겁니다. 그보다는, 그 남자의 책상 한쪽에 올려진 자동차 키가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캐딜락 CTS. 거기다가 'V' 가 붙어있습니다. 그 'V' 하나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세단으로 변신합니다. 

이제 드디어 일이 끝나고 사무실을 나서는군요. 그럼 지금부터 6.2리터 V8 슈퍼차저 엔진을 장착한 CTS-V를 타고 가장 강력한 주말을 즐기러 떠나 보시죠.


 

 

CTS-V 주말 보고서 : 세단으로 사는 법


캐딜락 CTS-V는 고성능 럭셔리 퍼포먼스 세단의 정점에 서 있는 그 세 번째 모델입니다. CTS답게 거침없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엔진을 장착했죠. 6.2리터 V8 엔진에 작은 로터를 장착한 효율적인 소형 1.7리터 슈퍼차저를 사용하여 최고 출력 648마력, 최대 토크 87.2 kg.m 의 폭발적인 성능으로 정지상태에서 60 mph (97km/h)까지 3.7 초 만에 도달하는 무서운 녀석입니다.



그러나 이런 파워풀한 자동차라고 항상 트랙을 위해서만 존재할 수는 없는 일. 일상적인 도로와 공간에서도 세단으로써의 역할을 잘해줄 수 있을까요?

오늘은 CTS-V가 세단으로는 어떨지, 한 번 타보겠습니다.

 



아침 햇살을 받은 CTS-V가 주차장에 얌전히 서 있네요. '얌전히'라고 했지만, 악센트를 준 트윈 듀얼 배기구는 옆자리에 주차되어 있는 아메리칸 머슬카조차도 귀엽게 보이는 강렬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낭중지추(錐)' 라고 해야 할까요? 얼핏 보면 세단이 틀림없지만, 세세하게 뜯어보면 볼수록 감출 수 없는 스포티한 퍼포먼스 차량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니 말이죠.

 

 


외출하려고 시동을 걸었더니, 친절하게 주행가능거리를 알려주는데... 44 km! 가까운 주유소에 가서 먼저 배를 채워줘야겠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주유소에 들어가서 주유를 기다리고 있는데, 주유하시는 분이 와서 "고급유 넣으실거죠? 그럼 저기로 오셔야 해요."라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차차! 캐딜락 CTS-V는 고급유를 좋아하는 태생인데 저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일반유 주유기 앞에 가 있었던 거죠.

 



이번 주말에는 대략 200km 정도 탈 것 같은데, 그럼 얼마나 주유해야 하지? 6.2리터 엔진이니까 연비가 2km/L 정도 되려나? 그럼 50리터를...?! 하고 생각을 하면서 그제야 CTS-V 의 공인연비를 찾아봅니다.

 

아무래도 차량의 성능이 좋을수록 연비가 나쁠 것이라 예상해서 연비는 확인도 안했는데... 간편하게 캐딜락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브로슈어를 다운받아 공인연비를 확인해 보니 도심 5.7km/L 에 고속도로 8.6km/L 으로 복합연비는 6.7km/L 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예상보다 높은 숫자에 놀랐습니다.

 

'그럼 30리터만 넣어도 주말엔 잘 타고 다닐 수 있는 거네?'라고 생각하고 고급 휘발유를 주유한 뒤 트립컴퓨터도 새롭게 세팅하여 첫 번째 목적지로 출발했습니다.



 

첫번째 목적지는 압구정에 있는 산부인과입니다. 아내의 정기진료가 있는 날입니다. 9시 30분 예약이라 아침에 서둘러 길을 나섰지만... 역시 강남의 도로는 이미 차들로 정체된 곳이 많습니다.

 


10km 남짓 운전했는데, 트립컴퓨터가 계산해 준 평균연비는 4.2km/L. 막히는 길을 고려한다면 무난한 수치입니다. 은은히 들려오는 배기음덕분에 음악이 없어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스웨이드로 처리된 스티어링 휠은 고출력을 내지 않는 일상적인 주행에서도 자꾸 만지작거리게 되는 CTS-V 만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차병원 사거리 근처의 12시 예식을 끝으로 바쁜 아침의 일과는 일단 끝이 났습니다. 이제는 완연한 봄이라고 할 만큼 날씨가 따뜻해졌으니, 집에도 푸르른 봄기운을 가득하게 꾸며볼까 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노래를 들으며 양재동에 있는 화훼단지로 달려봅니다.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토요일의 꽃시장은 사람들로 북적북적합니다. 가까스로 주차할 자리를 찾았네요.

 

지난 밤에 처음 차를 몰고 나온 탓에 CTS-V의 앞모습을 이제서야 제대로 보는군요. 익숙하지 않은 자동차 번호를 다시한번 확인하기 위해 바라본 앞모습이었는데 V그릴의 자태가 아주 당당합니다. 멀리서 봐도 저거 V구나! 라고 알 수 있도록 말이죠. 오픈 메쉬 그릴은 단순히 디자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공기 흐름을 극대화하는 디자인으로 쿨링 시스템에 더 많은 공기를 유입시켜 V8 엔진을 더 빠르게 냉각시키는 기능적인 역할도 합니다.


 


새로운 화분도 사고, 새롭게 갈아줄 흙도 샀습니다. 허브 몇 종류랑 공기정화에 좋다는 스투키도 하나 샀구요. 덕분에 양 손이 꽤 무겁습니다. 

 

트렁크를 열었더니 광활한 공간이 펼쳐지는군요. 보통 성능 중심의 차량은 쿠페 디자인의 형태가 많아 트렁크 공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죠. 하지만 CTS-V는 세단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날이 좋아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귀가하니 어느덧 해가 졌습니다. 이제 녀석도 잠자리에 들게 해야겠죠. 시동을 끄고 나오는데 실내 조명에 비친 스티어링 휠과 전체적인 인테리어가 다시 한번 눈길을 주게 만드네요.

 



날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용인에서 슈퍼레이스 개막전이 있는 날이라 또! 아침부터 외출을 했습니다. 졸음을 쫓기 위해 잠시 커피를 사러 간 와이프를 기다리며 CTS-V를 구경하러 갑니다.

 

오늘은 좀 더 자세하게 CTS-V의 자태를 관찰해 보았는데요. V그릴을 따라 후드를 보니, 레이스카의 DNA와 아메리칸 머슬카의 터프함을 느낄 수 있는 공기배출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공기배출구도 V그릴과 함께 엔진을 빠르게 냉각하여 주행 성능을 최적화하는데 도움을 주죠. '너는 무엇을 위해 태어난 거니? 세단인거야? 레이스카인거야? 너무 예쁘잖아!' 라며 정체성을 의심하고 있는 순간에 와이프가 돌아오는군요. 이제 용인 스피드웨이로 떠나보겠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톨게이트와 나들목 구간에서 잠시 정체는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원활한 교통흐름을 따라서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CTS-V 를 운전하면서 느낀 점이 있는데요. 절대 공도에서는 엑셀 페달을 많이 밟지 마세요. 고 RPM 에서의 엔진 소리를 들어 보고 싶어서 엑셀을 꾸욱 밟았다가 화들짝 놀랐습니다. 꿈틀하더니 아주 순식간에 고속도로 제한 속도를 넘길 기세로 속도계가 올라갑니다.

 

정말 아주 잠깐 사이에 쉽게 가속이 됐습니다. 아마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없었다면 과속딱지를 끊을 뻔했습니다. 발끝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래도 그 소리는 진짜 매력적인데요. 조금 덜 정제된 느낌의 거친 사운드는 마치 가수 임재범의 '너를 위해' 와 같은 매력 같다고 해야 할까요..? 터프하고 거친 듯한 고음에 비할 수 있는 미국 정통 V8 엔진만의 매력이겠죠. 


 


하지만 일반적인 주행을 할 때는 또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그야말로 세단 그 자체입니다. 잘 다듬어진 8단 자동 미션이 장착되어 있기에 일반적인 투어모드 ( CTS-V 투어 / 스포츠 / 트랙 /스노우아이스의 네 가지 모드 제공 ) 에서는 낮은 RPM 으로 여유롭게 투어링을 할 수 있도록 세팅돼어 있기 때문이죠. 고 RPM 때의 사나운 모습은 사라지고 느긋한 세단의 모습을 보여주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렇게 열심히 CTS-V의 온탕과 냉탕을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용인 스피드웨이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햇살이 좋아 에버랜드를 찾은 사람들이 많아 주차장이 매우 북적거렸습니다. 주차를 하고 내렸는데, 와이프가 '오빠, 주차를 왜 이렇게 했어?' 라고 하더군요. 

 

다시 보니 당당하게 옆 차선을 밟고 주차를! 5미터가 넘는 전장에 차폭이 1,865mm (CT6 1,880mm, CTS 1,835mm)에 달하니 옆에 있는 SUV만 신경 쓰다가 주차선을 밟아 버린 거죠. 그래서 다시 여유로운 곳에 제대로 세워 두고 셔틀버스를 타러 가는데, 그 와중에 길고 낮은 차체 덕분인지 옆모습도 상당히 날렵해 보이네요.

 


캐딜락은 2016시즌부터 2년째 슈퍼레이스의 공식 스폰서로 협약을 맺고 있으며 이 대회의 최상위 클래스인 '캐딜락 슈퍼6000'은 ATS-V의 외관 디자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슈퍼레이스가 열리는 서킷 곳곳에는 수많은 캐딜락이 눈에 띕니다. 슈퍼레이스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로 캐딜락이라니, 적절한 조합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서킷 반대편에 마련된 행사장에는 캐딜락의 홍보 부스도 마련돼 있었는데요. 그 곳에는 ATS-V 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ATS-V 는 CTS-V와 패밀리룩을 따르고 있네요. CTS-V가 형이라면 ATS-V는 동생정도 되려나요? 470마력의 V6 3.6리터 트원터보를 장착한 ATS-V도 매력있지만, 역시 CTS-V 에게 뺏긴 제 마음을 흔들기에는 조금 부족합니다. 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ATS-V 도 꼭! 시승해 보고 싶군요. 그 곳에서 만난 김영식 대표의 인터뷰를 함께 했는데, 캐딜락 흥행의 역사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확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17 슈퍼레이스 개막전에서는 은색 레이스카를 타고 달린 아트라스 BX 팀에게 우승이 돌아갔는데요. 인터뷰를 마친 김영식 대표가 시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벚꽃이 피어 있는 남한산성으로 드라이브를 즐기며 왔습니다. 꼬불꼬불한 고갯길이 이어진 길 위로 피어 있는 벚꽃 터널 덕분에 봄내음을 흠뻑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보통 와인딩을 즐길 수 있는 고갯길에서는 차량의 움직임을 몸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CTS-V의 경우는 ZF 스티어링과 전자식 리미티드 슬립 디퍼런셜 (LSD),  초당 1,000회의 노면감지가 가능한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시스템의 조합으로 큰 차체에도 불구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안정적으로 차체를 잡아줍니다. 거기에 캐딜락과 미쉐린이 개발한 미쉐린 파일럿 슈퍼 스포츠 타이어의 접지력까지 한몫하고 있습니다. 


 


탄탄하고 기민한 차체도 인상적이었지만, 자신의 몸에 딱 맞게 조절할 수 있는 볼스터가 포함된 레카로 시트는 와인딩 상황에서도 상체와 허벅지가 시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잘 잡아주더군요. 익스테리어에만 레이싱 감성이 가득한 줄 알았더니, 인테리어에서도 그 감성은 이어집니다.

 

 


간단한게 남한산성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와인딩을 하며 CTS-V 에게 흠뻑 빠진 채 산 입구에 도착할 즈음, 연료 부족 경고를 이틀 만에 다시 보게 되는군요. 병원에 결혼식, 꽃시장 그리고 용인 서킷까지 바쁘게 다녔으니 이 녀석도 이제 재충전을 해야 할 때가 된 거죠.

 

평균연비 5.2 km/L.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만족하지 못할 숫자이지만, 이 녀석이 6.2리터 V8 엔진에 작은 로터를 장착한 효율적인 소형 1.7리터 슈퍼차저를 사용하여 최고 출력 648마력, 최대 토크 87.2 kg.m의 5미터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성능 럭셔리 퍼포먼스 세단이라는 생각을 하면 오히려 만족스러운 결과이기도 합니다.

 

고성능과 실용성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이번 주말에는 가까운 캐딜락 전시장에 CTS-V 를 보러 가는 건 어떨지 제안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CTS-V의 제로백영상과 함께 물러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