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 driving을 즐길 수 있는 전기차, 스파크 EV
사실 처음 스파크 EV를 접했을 때는 큰 감흥이 없었습니다.
매번 회사에서 보던 바로 그 차량이었고, 익스테리어 인테리어 모두 매일 접하는 친숙한 형태였습니다. 스파크와의 외관상 차이는 프론트 그릴과 전기차임을 알리는 레터링 정도인데, 아마 차를 잘 모르시는 분이라면 구분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겉모양과 달리 차량의 속은 조금 다릅니다. 공차 중량이 1,240kg로 새로 출시된 더 넥스트 스파크보다 약 330kg 무겁지만, 거의 두 배에 이르는 143마력의 최고출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웬만한 준중형차 못지않은 수준이지요. 특히 최대토크는 48.2kgfm로, 스펙만 본다면 쉐보레의 카마로보다 높은 퍼포먼스를 가진 셈입니다.
제원상 수치가 모든 걸 말해줄 수는 없는 법. 과연 이런 우수한 동력성능은 실제 상황에서 수치만큼 빛을 낼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스파크 EV의 시승은 강렬함 그 자체였습니다. 뭐랄까,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 해야 할까요. 작은 체구에 강한 동력계통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운전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고성능을 감추고 외관을 순정으로 유지하는 ‘변태튠’을 좋아하는데요. 저 같은 취향을 가지시는 분들에게는 딱인 ‘바로 그런 차'였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전기차이기 때문에 모터 응답성이 좋습니다. 가솔린 차량이라도 WOT (풀스로틀)을 하게 되면 약간의 딜레이가 생갑니다만, 스파크 EV는 그런 거 없습니다. 시쳇말로 때려 밟으면 밟은 만큼 죽죽 나갑니다.
거기에 토크 좀 보세요. 경차 사이즈의 차량에 50kgfm에 육박하는 토크라니요. 밟는 만큼 나가는 응답성과 무지막지한 가속성이 2단콤보 하모니를 연출하면서 뒷목이 젖혀지는 아스트랄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사내에서 여러 번 측정해 본 결과, 가장 느렸던 0 to 100KPH (제로백)이 8초 초반을 찍었습니다. 기온이 좋을 때 측정한다면 아슬아슬하게 8초 아래로 기록을 낼 수 있을 겁니다. 넉넉하다 못해 넘쳐 흐르는 강한 동력성능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참고로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포털에서 라프디로 추앙받던 크루즈 디젤의 기록이 8초 초반이었지요.
코너링 역시 상당히 양호했습니다. 중량 증가 덕분에 코너링이 흐트러지지 않았을까 걱정했습니다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경차의 경우 소위 통통 튀는 느낌과 후륜이 전륜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요. 그러나 과연 스파크 EV는 외관만 경차였습니다.
무게중심이 낮아서인지, 생각보다 언더스티어의 한계속도가 높았습니다. 롤링이 잘 억제되어 쉽고 빠르게 코너를 돌아 나갈 수 있었습니다. 모터와 컨트롤러가 전륜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후륜에 달린 무거운 배터리가 고른 무게 배분에 도움을 준 탓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간혹 노면 상태에 따라 오버스티어가 잠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성능도 성능입니다만, 모든 전기차의 강점인 조용함 역시 빼놓을 수 없겠지요. 엔진 자체가 없는 순수 전기차이기 때문에 저속, 고속을 막론하고 진동과 소음에서 매우 자유롭습니다. 경차를 베이스로 한지라, 고속에서의 노면 소음과 풍절음은 어쩔 수 없지만, 전기차의 주 무대인 시내 저속 주행에서는 조용하면서도 편안하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
스파크 EV의 시승이 끝난 후 디젤인 제 차를 타니 불평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이거 왜 이렇게 덜덜거리는 거야?’
이번 시승 기간은 약 1주일이었습니다. 고속도로, 시내 도로를 가리지 않고 여러 가지 모드에서 성능과 품질을 가늠해 볼 수 있었는데요. 스파크 EV는 강력함과 편안함 두 가지 모두를 가진 그런 차량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친환경 차량 시장이 확대되는 중인데, 앞으로 도로에서 더 많은 전기차를 만나볼 날이 머지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