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지나가는 벤츠의 엠블렘을 보고 마음을 설렌 시절이 있었습니다. 무선전화 안테나가 달려있고, 품위 있어 보이는 신사가 위풍당당한 검정색 벤츠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콩당콩당… 나도 크면 꼬옥 벤츠를 타봐야지 생각했었지요... 아직까지 벤츠를 소유하는 것은 꿈입니다만… 헐~
벤츠의 엠블렘은 별을 형상화했으며, ‘별은 항상 위에서 빛난다’ 것을 상징합니다. 벤츠의 뜻도 세 꼭지 별. 각 꼭지는 하늘과 바다와 땅을 가리키고 품격과 부 그리고 신뢰를 상징합니다.
어느 날부터는 도로 위를 납작하게 붙어서 굉음을 뿜으며 달리는 빨간색 페라리가 눈에 띄였죠.. 사실 페라리인지, 포르셰 인지 구분도 못했지만… ㅎㅎ
엠블렘이 차들을 구분하는 일종의 표식이구나 라는 것은 중학생이 되어서야 알았네요... ㅎㅎ
이러한 엠블렘 하나를 디자인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그 의미가 큰지는 자동차회사에 다니면서 알게 되었지요... 엠블렘은 보통 동물, 가문의 문양, 기계나 기구, 별, 숫자 등을 형상화하여 탄생한답니다.
날아갈듯한 재규어 엠블렘 처럼 재규어 자동차는 고급살롱과 스포츠카로 유명했으나 포드에 인수된 후 현재는 인도의 타타자동차 소속이 되었지요. 하지만 항상 재규어 자동차를 보면 ‘쉬~잉’ 하고 날아갈 것만 같습니다.
람보르기니의 엠블렘은 역동적인 포스가 묻어나는 황소입니다. 고성능 슈퍼카 및 스포츠카를 만드는 이탈리아 자동차 제조 업체의 이미지가 그대로 드러나죠… ^^
앙증맞은 송아지가 엠블렘이 들어간 람보르기니~!
엠블렘만 보면 자동차가 연상되지 않는 마세라티의 삼지창 입니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붙어있는 심플한 삼지창을 보면 하늘을 뚫고 지나가는 조자룡(?)의 모습이 연상되네요. ㅎㅎ??
자 이제부터 모양, 의미, 유래 등 엠블렘이 표현하는 세계로 들어가볼까요.
1. 동물을 형상화
엠블렘 중 가장 많은 것은 동물을 형상화한 것 입니다. 속력과 힘 등 자동차의 특징을 나타내는 최고의 스타는 동물이죠~
대표적인 것이 페라리의 도약하는 말과 람보르기니의 성난 황소. 람보르기니의 가야르도, 무르시엘라고는 그 이름 또한 싸움 소에서 따온 것이랍니다. 푸조의 사자는 프랑스 벨포르 지역의 수호 동물인 사자에서 따온 것이지요. 미국 크라이슬러의 닷지 바이퍼는 차 이름과 같이 엠블렘도 독사입니다.
2. 날개를 형상화
벤틀리와 애스턴 마틴, 크라이슬러, 미니 등이 날개를 형상화 한 엠블렘을 사용합니다.
3. 기계나 기구 등을 형상화
BMW의 경우 항공기 프로펠러를 상징합니다.
파란색은 BMW의 본거지인 독일 바이에른의 파란 하늘을, 하얀색은 알프스의 만년설을 나타내죠.
시트로엥의 엠블렘은 톱니바퀴를 의미합니다. 톱니를 만드는 회사에서 시작했기 때문이죠. 갈매기 모양이 두 개 겹쳐 있기 때문에 더블 쉐브론 이라고도 한답니다.
볼보는 초창기 자본금을 대준 볼베어링 회사의 영향을 받아 회전하는 볼 베어링을 형상화 한 엠블렘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지요.
4. 문양이나 휘장에서 유래
자동차가 탄생한 도시나 근거지의 대표 휘장을 쓰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포르쉐는 방패 문양 가운데 앞발을 치켜 들고 있는 말이 그려져 있지요. 이는 말 사육으로 유명한 독일 스투트가르트 시의 문양입니다.
알파로메오도 십자가와 용이 들어간 문양을 쓰는데요, 빨간 십자가는 이탈리아 밀라노 시의 문장이고 불을 뿜는 용은 밀라노 시의 수호신인 비스콘티 드래곤을 나타냅니다.
왕관과 방패 모양의 캐딜락 엠블렘은 캐딜락 가문의 문장. 캐딜락은 미국 디트로이트 지역을 개척한 프랑스 탐험가의 이름입니다.
5. 숫자나 글자를 형상화
두 개의 R을 네모 안에 집어 넣은 롤스로이스는 창업자인 찰스 스튜어트 롤스와 프레드릭 헨리 로이스의 성에서 머리글자를 딴 것입니다.
두 개의 M자가 맞물린 마이바흐는 ‘Maybach Motorenbau’에서 머리글자이며, 그 밑에 12라는 숫자는 12기통 엔진을 의미합니다. 현재는 12라는 숫자는 없어지고 두 개의 M자만 쓰이고 있죠. 원 안에 L자를 집어 넣은 렉서스는 브랜드의 머리글자인 동시에 럭셔리(Luxury)의 L이기도 합니다.
A자를 형상화 한 혼다의 애큐라. S자를 형상화 한 스즈키, V와W를 원안에 집어 넣은 폭스바겐 등 브랜드 이름의 알파벳 첫 글자도 엠블렘에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5. 이름을 그대로 사용
파란 타원형 안에 포드, 이름 그대로 쓰는 짚(Jeep), 녹색 타원의 랜드로버 등이 있죠. 닛산도 영문명 NISSAN을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대개 자동차 엠블렘은 제조사를 나타내지만 자동차 개별모델에도 엠블렘이 있답니다. 고급차의 품격을 높이거나 전통을 강조할 때 또는 고성능을 나타낼 때 쓰이죠.
지엠대우가 다음 달 소개하는 준대형 럭셔리 세단 알페온(Alpheon)의 엠블렘 입니다. 이 엠블렘 역시 알페온에 사용되는 독립된 것으로서 ‘두 개의 날개를 통한 비상이 찬란한 불꽃으로 변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불꽃의 모양은 알페온의 영문 머리글자인 A를 연상시킵니다. 알페온의 뜻(Alpha: 근본 + Eon: 영원 = 근본의 영원함, 즉 변하지 않는 가치의 프리미엄 세단)과 함께 명예와 명성을 상징합니다.
역사가 오래된 자동차회사의 엠블렘 일수록 그 자체가 가치를 상징합니다. 벤츠의 세 꼭지 별 엠블렘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엠블렘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러나 엠블렘은 진화합니다. 즉 가장 처음 탄생했을 때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엠블렘은 거의 없죠. 엠블렘은 지속적으로 진화를 거듭하며 시대에 맞게 세련미를 갖춰 나가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지엠대우 토비토커 링링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