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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레이싱

원피스 입는 남자들


원피스라는 말을 들으면 뭐가 제일 먼저 떠오를까요? 그리고 원피스 뒤에 "입는"이라는 말까지 덧붙는다면 말이죠.


그냥 "원피스"라면 아마도 이런 샤방샤방한 "원피스"가 제일 먼저 떠오르겠죠. 제일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니까요.

그런데...남자가 원피스를 입는다면?
꼭 그러지 말란 법은 없지만...(크로스 드레서라고 하더군요...?) 일반적인 사회 통념상 남자가 원피스를 입는다는건, 그리 상상하기 싫은 모습으로 생각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많은 남자들은 원피스 옷을 입고 치열한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원피스냐 하면...


네. 이런거죠. 공군 조종사들의 조종복입니다. 육군항공대 조종사도 같은 옷을 입죠 (저게 무슨 원피스냐, 원피스라 함은 여자들이 입는 샤방샤방 하늘하늘 나풀거리는 그거밖에 없다! 라고 하실 분들도 있으실지 모르겠는데... 몇몇 업계에서는 남자들이 스스로 자기들이 입는 저런 위아래가 붙은 옷을 원피스라고 당당하게 부릅니다. 기술적으로도 원피스 맞고...;) 이 사진은 진짜 조종사분들은 아니고, 정지훈(가수 비) 및 영화배우분들이라고 합니다. 정지훈 신세경 주연의 새 영화 (레드머플러)의 스틸컷이라고 하네요.
그 외에도 군대에서는 전차 승무원, 고속정 승조원, 정비병 등을 위한 원피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군용 원피스가 더 궁금하신 분들은 방위사업청 블로그 에 들려보시면 되겠습니다.



원피스를 군대에서만 입는건 아니죠. 저희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들은 익숙하실텐데... 레이싱슈트와 정비복 역시 원피스입니다. 레이싱슈트는 몰라도 정비복은 동네 정비소에서도 많이들 입으시니까 아마 가장 친숙한 원피스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면 조종사, 전차병, 레이서, 정비사들은 왜 원피스를 입을까요? 앞선 직업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일단, 좀 위험한 직종에 비좁은 곳에서 기계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원피스는 비좁은 전차 안이나 전투기 조종석, 레이싱카의 시트에 몸을 구겨 넣다가 상의 자락이 어디엔가 걸린다든가, 허리띠에 걸린 큼직한 공구가 땅바닥으로 떨어져 발등을 찍는다든가 하는 일을 방지해 줍니다. 거기에 부상을 입은 사람을 비좁은 전차 안이나 전투기 조종석, 레이싱카의 시트에서 끌어 내기도 쉽죠. (목덜미나 어깨에 달린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온몸이 끌려 오니까요). 게다가 조종사나 전차병, 레이서를 화재가 발생한 전차나 전투기 조종석, 레이싱카의 시트에서 화상으로부터 보호하기에도 더 유리합니다.

그러나...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이죠.
일단 통풍 안되고, 어지간하면 핏도 안 살고, 걷고 뛸때 불편하고, 무엇보다도... 화장실 갈때 몹시 난감해 집니다.


보통은 지퍼가 저렇게 이중으로 달려서 남자들의 작은 볼일은 큰 불편이 없습니다만, 큰 볼일을 볼때는 좀 난감해 지죠. 여자분들은 더 문제고.


큰 볼일을 볼때는 이렇게밖에는 자세가 안 나옵니다. 저게 싫으면 신발부터 몽땅 다 벗어도 되긴 합니다만. 연봉 수백억 받는 F1챔피언도, 영화 탑건 찍던 탐 크루즈도, 레드 머플러에 나오는 정지훈 신세경도 원피스 앞에서는 평등해 집니다.
(제가 입던 기갑복과 군용 정비복은 저런 불편-한겨울 야전에서는 단순한 불편 이상의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엉덩이에 ㄷ자로 열리는 뚜껑이 달려 있었습니다! 보기엔 별로지만 한 번 써보면 찬양하지 않을 수 없지요. 청춘불패 찍던 구하라 빅토리아는 안 저랬을겁니다.)


이렇듯 원피스는 샤방샤방하늘하늘나풀나풀 예쁜 여자옷만 있는게 아닙니다. 3만피트 상공에서 마하2로 날아다니는 전투기의 조종석 안에서,  120밀리 주포를 쏘며 야지를 달리는 전차 안에서, 시속 200km로 코너를 향해 돌진하는 레이싱머신 안에서 각자의 전투를 치르고 있는 사람들의 전투복이자 근무복이기도 한 것입니다.


아, 그런데 몇년 전부터 "점프수트"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대충 보니 위아래가 붙은 옷 중에서 치마가 아닌 팔다리가 달린 옷을 패션업계에서 그렇게 부르는 것 같더군요.


2차대전때 독일 공수부대원 사진입니다. 옷이 좀 묘해보이는데, 상의 자락 양쪽을 갈라 한쪽씩 허벅지를 둘러 단추를 잠글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즉 상의만으로 반바지 원피스가 되는거죠. 물론 비행기에서 뛰어내릴때("점프"할때) 상의 자락이 인당수로 뛰어드는 심청이 치마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이런게 바로 진정한 점프수트지요.

 

원피스를 사랑하는 320Nm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