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아베오 RS 터보. 상상 이상의 성능이었습니다.
처음 아베오 RS를 접했을 때 사실 그렇게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회사에서 항상 보던 차여서 그렇기도 했고, 시승행사가 야간에 추운 날씨였기 때문에 자세히 살펴볼 겨를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승차임을 나타내는 거대한 랩핑 ‘쉐보레 터보’ 만이 시승 행사임을 알려주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녁 10시가 조금 지난 시각, 일반 아베오보다 조금 더 나은 퍼포먼스일 것이라는 막연한 예상과 함께 쉐보레 터보 나이트 드라이브 행사장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그러나 막상 시승시간이 다가왔고, 10여분의 짧은 시승시간 동안, 이 예상은 철저히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평범해서, 그래서 일반 패밀리카로 여겨졌던 차량이, 같은 모습의 야수로 돌변해 있었습니다. 아베오 RS의 가솔린 터보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힘은 차를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싶은 욕망으로 이끌어갔고, 또 기대에 충분히 답했습니다.
과연 터보 엔진이었습니다. 엔진 응답성, 차량 반응 모두 기존의 아베오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크루즈 터보보다 약 150kg(성인남성 2명 정도 무게지요.) 가벼운 공차중량과 130마력의 엔진. 동승자까지 4명의 탑승으로도 아베오 RS의 성능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최대 백미인 터보의 최대토크에서도, 3,000 rpm 이상을 유지한 주행에서 차량이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뒷 동승자의 불쾌감이 크지 않을까 걱정이 들 정도의 가속감이었는데. 이는 기존 중형이상의 차량에서도 맛보기 힘든 성능이었습니다. 출력덕분인지, 덤으로 전장계통/유압계통 부하에도 강한 모습이었습니다.
아베오 RS 퍼포먼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변속기였습니다. 엔진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변속기가 받쳐주지 않으면 차량 성능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일반적입니다만. 자동변속기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시프트 패턴이 이식되어 엔진의 모든 영역을 활용할 수 있게 셋팅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이 부분은 매뉴얼모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고 알피엠에서도 쉬프트다운을 허용해 엔진브레이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고, 쉬프트업 역시 TCM 임의 변속을 억제해 운전자가 원하는 드라이빙을 할 수 있게 구현되어 있었습니다. 덕분에 아베오 RS 수동변속기에 대한 아쉬움이 약간 해소되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라면 국내출시되는 아베오 RS는 수동변속모델이 없다는 점과 바로 토글 쉬프트의 채택입니다. 토글 쉬프트는 수동변속의 재미를 반감시켜주는 약점을 갖고 있는데, 아베오 RS 정도 성능이면 패들 쉬프트를 채택해도 충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니 한발 양보해 버튼타입이 아닌 크루즈의 레버 쉬프트로만 되어도 훨씬 좋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공도였던지라 샤시와 서스펜션에 대해 느껴볼 수 없었던 게 흠이었습니다만, 아베오 RS를 짤막하게 살펴본 바로는 평균 이상의 합격점이었습니다. 무게중심상 차량 뒤쪽이 약간 흐를 수도 있습니다만, 이는 해치백임을 감안해야 할 부분일 겁니다. 이 부분은 시승기회가 다시 찾아온다면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볼까 합니다.
터보 나이트 드라이브 행사에 참가했던 모든 시승자들이 즐기셨겠지만, 강한 출력과 함께 다운사이징의 이점을 주는 터보는 이제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트랙스, 크루즈, 아베오 RS 모두 이런 시장 상황을 잘 반영해 주고 있는데, 앞으로 더 다양한 차종에서 만나 보기를 기대해 봅니다.
펀카(Fun Car)에 충실한 핫해치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각인시켜준 아베오 RS. 여윳돈이 있다면 당장 사고 싶은 기분입니다. 계속 갖고 싶다는 생각이 맴돌기만 하는군요…
이상 토비토커 위저드아이언이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