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 자동차 배터리도 한번씩 갈아줘야 합니다
평화로운 토요일 오전, 잠시 볼일을 보러 나가있는데 전화가 한 통 걸려왔습니다.
닐리리야 닐리리야~
위저드아이언 : 여보세요.
아이언 부인 : 여보 난데, 시동이 안 걸리고 핸들이 안 돌아가.
위저드아이언 : 응 뭐라고? 차가 고장 났다고?
목소리를 들어보니 와이프의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집을 비운 사이에 차가 고장 났던 것이었습니다. 우선 천천히 상태를 설명하도록 진정시키는 게 필요했습니다.
위저드아이언 : 우선 알겠어, 큰 고장은 아닌 거 같으니까 조금 자세히 설명해봐. 처음부터 안 걸렸어?
아이언 부인 : 처음부터 안 걸렸어. 이상한 소리가 난 거 같기도 하고, 핸들은 왜 안 돌아가는 거야? (횡설수설)
위저드아이언 : 응 괜찮으니까 진정하고 천천히 설명해봐. 무슨 소리가 들렸다고 했지?
아이언 부인 : 그냥 안 걸린다니까. (어쩌고 저쩌고 횡설수설)
핸들이 안 돌아가고 크랭킹(스타터 모터의 회전) 조차 안 된 걸로 봐서는 순간 '핸들락’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아니었습니다. 아주 구형인 경우에만 해당되기 때문이죠.
구형차종의 경우 시동을 꺼도 핸들이 약간 돌아가다가 허용범위를 넘게 되면 ‘탁’ 하며 핸들이 잠기고 시동도 걸리지 않는데(핸들락), 키온 상태에서 핸들을 좌우로 힘껏 돌리면 풀어지고 시동을 걸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다 불현듯 얼마 전에 워셔액을 채울 때 문득 발견한 게 생각났습니다. +극에 하얀 가루가 잔뜩 끼어있는 배터리였습니다.
일반 건전지도 +,- 극에 녹슬면 바로 갈아주는데,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그냥 내버려둔 게 화근이었습니다. 급한 대로 가루를 제거하긴 했지만 임시방편이었던 거죠. 1차 전지, 2차 전지 모두 전해질 수용액을 사용한다는 내용을 분명히 과학시간에 배웠을 터인데, 굳이 멀고 먼 고등학교가 아닌 전공 기초과목 내용만 떠올렸어도 하얀 가루의 정체를 밝혀냈을 겁니다.
단순 배터리 방전이 아님을 깨닫고 결국 견인차를 부르기로 결정 내렸습니다.
위저드아이언 : 아마 오늘 차는 못 쓸 거야. 밧데리 갈아야 할 것 같아.
아이언 부인 : 아 정말? ㅜ_ㅜ
위저드아이언 : 집에 가서 내가 갈기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니까 그냥 응급 서비스 불러.
아이언 부인 : 가는 날이 장날이었구나…
배터리 교환 주기는 일반적으로 3~4년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사용 조건에 따라 그 이상이 될 수도 그 이하가 될 수도 있는데요. 리모컨 건전지를 갈 듯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결국 저는 출장비를 포함해 도합 14만원을 들여 쌩쌩한 새 배터리로 교환해야 했습니다. 오토포인트는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채 말이지요. 아까워라.....ㅜ_ㅜ
이상 정신줄 놓은 위저드 아이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