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의 힘은 달리는 데만 쓸까?
엔진은 보통 자동차의 심장으로 묘사됩니다.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재미있게도 엔진의 모든 힘은 달리는 데만 사용되지 않습니다. 차량에 붙어있는 편의사양들을 구동시키기 위해 동력의 일부분을 빌려주게 됩니다.
엔진의 구조를 보면 복잡한 바퀴들이 벨트로 연결되어 있는데. 바퀴 하나 혹은 두 개당 하나꼴로 붙어있는 부품들이 바로 편의사양을 위한 ‘액세서리’라 불리는 편의장치입니다. 액세서리 하니까 귀걸이나 반지가 생각나네요. 네, 같은 단어 맞습니다 -_-
살며시 돌려주세요 - 파워스티어링 펌프
타이어 한 번 들어보셨나요? 안 들어 보셨으면 말을 마세요? (계속 재미없군요;; 드립 자제하겠습니다……)
한 번이라도 타이어를 교체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무게가 정말 많이 나갑니다. 장정 한 명이 바퀴 한 개를 끙끙거리며 들 정도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퀴를 손쉽게 돌릴 수 있는 이유가 바로 파워스티어링 펌프가 있어서 입니다. 그냥 돌리면 무겁고 잘 안 돌아 가니, 유압의 도움을 받는 거지요. 펌프가 벨트와 연결되어 있어 항상 일정 압력을 발생시켜 주며, 스티어링 휠에 연결되어 조작성을 올려줍니다.
여름엔 우리가 있다 - 에어컨 펌프
우리나라같이 여름이 덥고 습한 곳에서 꼭 필요한 에어컨. 이 에어컨의 컴프레셔를 돌리기 위해 역시 엔진 동력을 사용합니다. 컴프레셔는 냉매의 기체를 액체로 압축해주는 역할을 담당하는데요. 일반적으로 가정용 에어컨에서는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데 비해 자동차에서는 엔진 구동력을 그대로 사용하지요. 여담입니다만 지난번에 이 컴프레셔를 한번 교체하는데 십만원 이상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전기는 맡겨다오 - 알터네이터
자동차에서 전기를 생성하는 발전기입니다. 일반 가정용 건전지와 달리 자동차 배터리는 충방전이 가능한 2차 전지로 되어있고. 이를 충전하기 위해 알터네이터가 엔진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동차 전장계통에 부하가 많이 발생하는 겨울에 가장 많이 작동하는 부품이기도 하죠. 시트 등에 장착된 각종 열선, 습기제거를 위한 창문 에어컨에 추위로 인해 배터리 효율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알터네이터는 헐레벌떡 바삐 돌아가게 됩니다.
열받지 마세요 - 워터/오일펌프
드물게 공랭식 차량도 있습니다만, 대개의 경우 엔진 열을 식히기 위해 ‘물’을 사용합니다. 차가워진 물을 엔진으로 보내고, 더워진 물을 라디에이터로 보내는 일을 바로 이 워터펌프가 담당하고 있죠. 변속기 오일이 사용되는 경우도 있고요. 항상 열이 나는 엔진을 위해 다른 파트와 달리 시동을 켜는 순간부터 끄는 순간까지 항상 작동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물이다 보니 얼지 않도록 부동액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얼면 부피가 늘어나니... 상상도 하기 싫군요.
그러고 보니 계속 등장하는 부품들은 모두 ‘펌프’ 입니다. 자동차에 생각보다 많은 액체류가 사용되기 때문인데요. 에어컨 냉매, 파워스티어링 오일, 냉각수 이외에 오늘 주제와는 관련 없지만 윈드실드워셔, 브레이크 오일, 엔진오일, 미션오일 등등 참 많은 액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자동차의 엔진이 최대 8,000rpm 근방까지 회전한다는 사실을 상기해보시기 바랍니다. 1분에 8,000회면 1초에 133회 돌아간다는 소리인데. 벨트로 연결되어 있는 이 친구들이 이런 속도를 견딜 수 있을까요? 그래서 모든 액세서리에는 클러치가 장착되어있습니다. 필요 없을 때는 떨어졌다가, 필요한 순간 붙어 엔진이랑 같이 회전하게 되는 것이죠.
이는 부품의 단순 보호 뿐만 아니라 엔진이 할 일을 덜어준다는 측면에서 연비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제 경우 이 클러치가 나가면서 컴프레셔 전체를 교체하는 불상사를 겪어야 했지요.
최근 전자장치 개발로 인해 보다 더 정교한 제어도 가능해졌습니다. 게다가 부품의 사이즈 자체가 콤팩트해 지면서 더 향상된 연비의 자동차 개발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슬슬 전기차로 넘어갈 조짐이 보이긴 합니다만… 파워스티어링이 없는 전기차는 없겠죠? 엔진이 하던 일을 모터가 하게 된다는 차이만 있을 뿐 전기차 등장에도 이 친구들은 계속 만나볼 수 있을 겁니다.
이상 위저드아이언이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