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벳 엔진의 재미있는 특징
지난 1월 있었던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업계 최초 여성 CEO 메리 바라 만큼이나 주목을 받았던 차량은 GM의 기함 콜벳(C7.R) 이었습니다.
스타일리쉬 해진 디자인에 625마력의 성능으로 많은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콜벳에 심어진 6.2 리터의 V8 엔진의 이름은 스몰블럭(small block), RPO로는 LT4 (LT1 Gen5)로 이 엔진만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재미난 특징들이 있습니다.
머슬카의 DNA를 물려받은 OHV 엔진
LT4 엔진은 최신의 DOHC(Double Over Head Cam)와 달리 여전히 OHV (Over Head Valve)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DOHC는 흡배기 밸브의 개폐를 실린더 헤드 각각의 캠샤프트가 담당하는 데 비해, OHV는 블록에 장착된 캠샤프트가 푸쉬로드를 통해 밸브를 열게 되어있습니다. DOHC의 등장으로 미세한 캠 페이징 컨트롤이 가능해졌고, 고rpm에서의 엔진 성능이 좋아짐에 따라 저 배기량의 차량에 더는 OHV가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즉, 대다수 자동차에는 DOHC/SOHC가 사용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OHV가 기술적으로 부족하다기 보다는 고효율 저배기량의 시대적 트렌드에 맞지 않는 기술이라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벳 같은 대배기량 스포츠카에 OHV가 계속 쓰이는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 정도입니다.
1) 저rpm에서 토크가 좋습니다.
2) 동급 대비 엔진의 무게가 가볍습니다. (무게중심도 낮습니다)
3) 낮은 엔진음으로 감성품질에 유리합니다.
캠샤프트가 엔진 헤드에 있는 DOHC에 비해서 OHV는 크랭크 샤프트 바로 위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 덕분에 엔진의 크기가 작고 무게가 가볍습니다. 동력을 전달하기 위한 구동부가 별도로 필요 없기 때문인데요. 네, LT 엔진시리즈가 스몰 블럭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거죠.
결국 밸브 구동부가 DOHC에 비해 보다 가볍기에 당연히 저rpm에서 토크가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밸브와 캠샤프트 사이에 푸시로드라는 별도 가동부가 존재하므로 고rpm으로 갈수록 연소효율이 떨어지고, 덕분에 최대 출력이 낮은 편입니다. (출력은 rpm에 비례합니다)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 (AFM)
줄여서 AFM이라 하겠습니다. AFM은 가변 실린더 혹은 가변 배기량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자동차 메이커에서 시도하는 기술입니다. 필요에 따라 차량의 출력을 탄력적으로 사용하는 콘셉트로, 평소에는 8개 중 4개의 실린더만 사용하다 쓰로틀 포지션이 최대가 되면(엑셀을 밟는다고 하죠) 모두 사용하는 효율을 위한 가변 시스템입니다.
생각보다 역사가 있어 1980년대 초반 캐딜락을 비롯한 럭셔리 디비젼에서 시도됐습니다. 푸쉬로드 혹은 밸브에 솔레노이드 밸브 + 스프링을 장착하여 밸브의 구동을 온/오프 하는 메커니즘을 사용하고 있으며, 아래 동영상을 보시면 보다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음압보다는 정압에 유리한 설계 구조로 인해 AFM이 활성화되면 실린더 챔버 안에 연소된 배기가스가 남게 되며, 재작동 시 배출 시퀀스를 시작으로 4사이클의 행정이 시작되게 됩니다. 이전 LT엔진에서 밸브가 아닌 캠을 유압으로 작동시키는 방법을 사용했었는데 (현재의 Cam Phasing, VVT) 기술적인 한계로 양산 후 다양한 문제가 있었고, 현재의 LT4는 이들이 개선된 완성형 버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재미있는 것이 이런 메커니즘 덕분에 콜벳의 배기음이 의도에 따라 180도 달라지게 되는데요. 일부 유튜브 동영상을 확인하시면 스로틀을 살살 밟았을 때와 최대로 밟았을 때의 엔진음/배기음이 확 차이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상 LT4 엔진의 두 가지 특징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콜벳은 엔진 이외의 샤시, 디자인에서도 다양한 장점들이 존재합니다. 다만 주 업무가 엔진담당이다 보니 아무래도 이들 특징에 눈이 더 갔을 뿐이지요. 북미 대배기량 머슬카의 특징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으면서 날로 진화하고 있는 콜벳. 돈 많이 벌어서 꼭 한대 사고 말겠습니다 ^^;;
지금까지 위저드아이언이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