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부 디젤만의 특별한 연비는 무엇 때문일까
한 시간에 걸쳐 썼던 글이 날라갔습니다. 머릿속에 대충의 내용은 기억이 나는데 다시 쓰려니 속이 쓰리네요 ㅜ_ㅜ
최근 말리부 디젤 기사나 시승기 등을 보면 인증연비보다 높은 실연비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저 또한 지난 말리부 디젤 시승기를 통해 과장이 아님을 확인했고요. 그래서 이번 포스팅에서는 약간은 기술적인 접근을 하려 합니다.
'왜 말리부 디젤은 일반 승용 디젤보다 연비가 좋은 것일까.'
6박7일의 시승기간동안 약 1,300km를 주행 하였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노면상태를 경험할 수 있었는데요. 더불어 여러 드라이빙 모드를 통해 말리부 디젤만의 파워트레인 특성을 찾아 보았습니다.
우선 그전에 다 알고 계시는 디젤의 간단한 내용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디젤의 간단한 리뷰
- 경유는 가솔린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연료입니다.
- 압축착화가 가능한데 이를 위해서 높은 압축비를 가집니다. (가솔린은 불꽃점화)
- 압축비로 인해 높은 토크를 가지게 되며, 반대로 최대 rpm이 가솔린에 비해 낮습니다.
- 토크와 rpm에 비례하는 출력을 보상하기 위해 터보가 장착됩니다.
이런 사유로 인해 디젤은 일반적으로 가솔린보다 연비가 높은 편입니다.
또한 말리부 디젤은 자동 변속기 사양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아… 수동 -_ㅜ) 몇 차례 살펴 보았던 오토미션의 내용도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죠.
자동변속기의 간단한 리뷰
- 변속기는 일정한 엔진 회전수를 다양한 속도로 바꾸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 엔진과 변속기는 상황에 따라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는데 클러치가 이 역할을 담당합니다.
- 자동 변속기는 이 클러치가 유체로 되어있어 별도의 조작이 필요 없이 같이 돌기도, 혼자 헛돌기도 합니다.
- 중간 매개체가 없는 수동 변속기에 비해 에너시 손실이 있어 연비에 불리합니다.
조금 복잡해 보이는데 자동 변속기는 자전거 핸들에 달려있는 기어가 변속 레버 없이 스스로 변속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있다면 CVT에 가까울런지도...) 그런데 같은 디젤 승용이라도 말리부의 연비는 꽤나 특출난 편입니다. 인증 복합연비가 13km/l 임에도, 실제 연비가 18km/l 가 나왔으니 약 40% 정도 높게 나온 셈인데요.
- 총 주행거리 1,315 km
- 고속도로 840 km / 일반도로 475 km
- 평균속도 49.3 km/h
- 최종연비 18.1 km
위의 주행 조건이 인증 연비조건 (고속 45%, 일반 55%) 보다 유리한 조건임을 감안 하더라도 상당히 우수한 연비가 기록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비밀은 바로 자동변속기 락업 클러치와 쉬프트 패턴에 있었습니다.
태생적으로 연비가 불리한 자동변속기를 개선하기 위해 유체 클러치 내부에는 락업 클러치라는 장치가 달려 있습니다. 이 부품이 뭔고 하니, 자동차가 특정 모드에 진입하게 되면, 유체 클러치를 사용하지 않고 수동 변속기와 같이 엔진과 변속기간 직결상태를 유지해주는 역할을 하는 겁니다.
중간 매개체를 사용하지 않으니 효율이 좋아지고 당연히 연비가 좋아지게 되는데요. 다만 클러치 온 오프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특정 모드에서 작동되게 셋팅되어 있습니다.
- 고속이면서 높은 단수를 사용하는 경우
- 저속이면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경우
- 위 두 조건에서 운전자가 쓰로틀을 (엑셀) 10% 내외로 밟고 있을 때
물론 차종별, 속도별, 기어 단수별, 노면별 락업 클러치 조건이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위의 조건을 만족할 때 작동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습니다. 자동 변속기의 쉬프트 패턴에 이식되어 작동하지요. 여기서 등장하는 말리부 디젤의 특징. 이 쉬프트 패턴이 매우 특이합니다.
통상 연비를 위해서는 고단 변속을 빨리 가져가져는 편입니다. 적은 엔진 회전수로 높은 차량 속도를 낼 수 있고, 고단 변속을 빨리 가져가면 락업 클러치를 쓸 수 있는 시간도 길어지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말리부 디젤은 저단을 꽤 넓은 rpm에서 사용합니다. 왠만해서는 쉽사리 변속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적극적인 가감속이 필요한 스포츠 드라이빙에는 유리하더라도 연비주행에는 절대 불리한 쉬프트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운전하면서도 상당히 신기해했지요. 심지어는 매뉴얼 모드로 강제 변속을 시도 했을 때도 변속을 허용하지 않았으니, 꽤 터프한 패턴이군 이라고 중얼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단수별 변속 시간이 짧았고 (변속을 담당하는 밸브 바디의 효율성 때문일 것으로 짐작됩니다.) 결정적으로 락업 클러치로 진입되는 속도가 꽤나 빨랐습니다.
5단 6단에 진입하면 어김없이 낮은 부밍음과 함께 락업이 걸리곤 했는데 풀기 위해 조금만 쓰로틀 페달을 밟으면 바로 풀리며 손쉬운 가속이 가능했습니다. 저단 진입을 위해 킥다운을 했을 때도 즉각적인 쉬프트 다운이 이루졌지요. (물론 터보랙 때문에 가속 응답 자체가 빠르진 않습니다.)
조금 늦은 쉬프트 업 다운임에도 이를 보상하는 즉각적인 변속 딜레이와 락업, 빠른 클러치 온오프 덕분에 높은 연비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인데요. 이 두 가지는 변속기의 내구가 뒷받침 되어야 만이 구현 가능한 기술이고, 역설적으로 아이신의 트랜스 미션 성능이 상당하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번외로 , 말리부 디젤은 꽤나 공격적인 엔진 캘리브레이션을 갖고 있습니다.
차량의 가감속을 위해 쓰로틀 페달을 밟았다 떼었다 하면, 연료 분사량이 조절되면서 급격한 반작용이 감지되는데요. 예를 들어 페달을 밟으면, 연료가 분사와 함께 엔진 회전수가 높아지게 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충격을 ‘저크’ (Jerk)라고 부릅니다. 마찬가지로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연료 분사가 중단되면서오는 엔진 회전수 감소로 비슷한 느낌의 저크가 발생 되지요.
이 충격이 크면 운전자가 불쾌감을 느끼게 되어 보통 없애거나 적게 하는게 일반적입니다만. 말리부 디젤은 이 저크를 어느정도 살려두는 컨셉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유럽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에서 기인하여, 엔진을 직접 컨트롤하는 만족감과 함께 필요이상의 가속을 하지 않는 심리적인 제어를 불러오는 효과가 있습니다.
즉, 적당한 반작용을 인위적으로 살려 약간의 안락함 대신 차량 제어에 대한 심리적 만족감 추구했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덕분에 운전자가 덜 밟도록 유도되는 부수적인 효과을 얻게 되었구요.
이런 말리부의 파워트레인 특성은 연비와 성능 (특히 쉬프트 패턴에서 비롯되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했고, 실제 필드에서의 측정도 이를 뒷받침 하듯 높은 연비와 퍼포먼스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리부 디젤의 연비가 좋은 이유에 대해 기술적인 관점에서 살펴 보았습니다.
넉넉한 출력과 뛰어난 연비, 저렴한 가격까지. 아마 최근 시승한 차량 중에 가장 괜찮은 물건이 나왔지 않나 하면서 아베오 RS에 이어 위시리스트에 올려놓을 만큼 추천하고 싶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