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스 디젤, 비오는 날의 토크 시승기
유럽계 B사 M차량 운전자의 트랙스 디젤 시승 토크
*본 이야기는 2015년 가을, 어느 주말에 있던 두 사람의 대화를 편집한 것입니다.
'두 사람은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주말에 서울의 한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에서 접선하게 된다.'
M : 차는 준비 됐겠지?
T : 문제없이 준비됐지. 밖에 비가 오는데 괜찮겠어?
M : 걱정하지 마. 운전만 16년째야. 16년 전에 초록색 마티즈에 처음 올랐을 때가 생각나네.
'이렇게 시답잖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두 사람은 그곳에서 트랙스 디젤을 마주한다.'
'비에 젖은 트랙스 디젤은 한껏 섹시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M : 생각보다 앞모습이 상당히 크게 느껴지네. 완전히 내 취향은 아니지만, 소형 SUV치고는 동급에 비해 커 보이는 외관을 하고 있으니 어깨깡패 같구나. 아직도 한국 도로에서는 작은 차에 대한 편견이 있는 못된 운전자들이 있는데, 전혀 그럴 걱정은 없을 거 같네.
'16년 동안 다양한 차를 경험해 본 M은 빠르게 외관을 스캔한 후,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참고로 M은 초록색 마티즈 수동을 시작으로 H사의 T차량 / K사의 C차량 / 유럽계 B사 M차량 등의 차를 소유했었고, 그 외에 다양한 차를 시승 및 운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M : 차 높이가 타고 내리기 괜찮은 거 같아. 세단보다는 좀 높고 전형적인 SUV보다는 조금 낮으니까 딱 적당하네. 내가 타고 있는 차보다는 좀 더 타기 편하다. 근데 생각보다 실내는 그렇게 크지는 않다. 외관에서 느껴진 임팩트 때문인가?
T : 아무래도 외관이 동급보다 커 보이니 실내에 들어서면 그럴 수도 있겠네.
'M이 시동을 걸자 1.6L 디젤 엔진이 경쾌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M : 역시 디젤 특유의 진동과 소음이 있군. 근데 이게 또 디젤을 타다 보면 매력적일 때가 있다니까.
'저 멘트… 뭔가 덕후 같은데 어느 부분 인정하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M : 그래도 떨림이나 소음이 꽤 많이 잡혀있는 느낌이야. 가솔린 모델에 비하면 상대적인 느낌이긴 하지만. 이제 슬슬 출발해볼까?
'비장하게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M : SUV답게 전방 시야가 좋구나. 요즘은 확실히 이런 게 좋더라고.
'마흔의 중반을 넘어가는 M에게는 이제 편한 게 좋다. 언젠가는 나도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T였다.'
M : 스티어링 휠이 적당히 무게감 있으면서도 그렇게 무겁지는 않네. 국내 판매 1위 회사의 몇몇 차들은 스티어링 세팅이 너무 가볍게 세팅되어 있는지 내 차 타다가 가끔 타면 적응이 안 되더라고.
'아마도 제주도에 가서 몇 번 정도 그 회사의 차들을 렌트했던 기억일 것이다.'
T : 응. 그건 나도 동감이야. 쉐보레 차들이 내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스티어링 세팅이 적당한 거 같아. 와인딩 구간에서는 조금 가볍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건 서스펜션 세팅과도 관련이 있는 거 같으니 번외로 하고. 이런 세팅이 다수를 위한 선택에서 나쁘지 않은 거 같아.
M : 그러게. 내 차는 유럽 특유의 묵직한 스티어링과 서스펜션 세팅이 고속이나 와인딩 구간에서는 확실히 재미있긴 한데, 아무래도 일반적인 상황에
서는 조금 무겁지.
'그들은 고급스러운 대화를 이어나가며 아파트를 빠져나온다.'
'가을비가 서울 시내를 적시고 있다.'
M : 주행할 때 들어오는 소리도 그렇게 크지는 않네. 고속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일상 주행에서는 나쁘지 않군.
T : 나는 운전할 때 주로 음악을 들어서 그런지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는데, 그 말을 들어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고…
M : 사이드 미러도 상당한데. 꽤 커서 내 차보다 훨씬 잘 보이니까 좋다.
'꽤 성실하고 꼼꼼하게 트랙스 디젤 시승 피드백을 주고 있는 T다.'
'파워 유턴을 선보이다.'
T : 트랙스 디젤, 타보니까 어떤 거 같아?
M : 시야도 넓고 스티어링이나 서스펜션 세팅도 좋은 거 같아. 내가 타봤던 SUV라고 하면 좌우 롤링이 많은 편이었는데, 그런 차들보다는 단단하게 잡아주는 느낌이랄까? 타고 내리기도 편해서 괜찮은 거 같아.
T : 불편한 점은 없었고?
M : 뭐 선루프가 조금 작다는 점? 주행 정보가 조금 더 다양했으면 좋을 거 같네. 그리고 아무래도 내 차랑 직접 비교는 힘들지만 배기량 차이가 있다 보니 토크 느낌이 조금 부족하기는 한데, 그래도 이 정도의 소형 SUV 끌기에 이 정도 파워라면 나쁘지 않은 거 같아. 그리고 초반의 2,000 RPM 영역부터 토크가 느껴지니까 시내주행에서는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이 남자... 나 몰래 브로셔라도 읽은 걸까? 똑똑해 보이기까지 하는 걸 보니 피곤한 게 틀림없다.'
M: 처음에는 외관만 보고 상당히 남성적인 성향으로 차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타보니 여성적인 섬세함도 많이 느꼈어.
여유가 있다면 와이프한테 한 대 선물하고 싶구나.
'하지만 여유가 없는 T라는 걸 알기에 눈가에 촉촉이 젖은 눈물을 옷소매로 닦으며 밝은 미소로 서로를 말없이 쳐다보며 주차장에서 발길을 돌렸다.'
'서로 다른 매력을 뽐내는 두 차 모두 멋있다.'
길지 않은 시승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돌아와서 두 녀석을 어깨를 나란히 하여 세워놓으니, 각자의 매력이 더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특징을 잘 이해하는 것이 서로가 발전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길 바라면서 짧은 트랙스 디젤 시승기를 마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