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레이싱 이야기를 들고 두 달만에 돌아온 포이동슈마허입니다.
많은 (제 기준) 분들이 이제 레이싱 안 하냐는 질문을 해주시는데요. 아닙니다. 여전히 잘 하고 있습니다. 실력 말구요.
7월달에 열렸던 2전 이후에 8월에는 경기가 없었고, 얼마 전인 9월 4일에 KIC-CUP의 경차전 KIC1000 3전이 진행되었습니다.
1전과 2전에서는 비가 온 젖은 노면에서 경기를 했었는데, 이번 3전은 완전히 마른 노면에서 경기를 치렀습니다. 마른 노면은 거의 처음이라 적응이 조금 부족했던 탓에 100% 공격적인 주행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힘들게 열심히 탔던 그 현장을 저와 더 넥스트 스파크와 함께 느껴 보실까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경기 하루 전인 9월 3일, 항상 그렇듯 연습주행이 있는 날입니다. 7월 이후에 두 달만에 찾은 영암 상설 서킷이네요.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아 주말에 벌초와 미리 귀성하는 차량들로 영암 가는 길이 많이 막혀서 오후 1시가 넘어서야 서킷에 도착합니다.
더 넥스트 스파크와 함께 첫 연습을 하고 들어왔는데, 오랜만에 탔더니 적응이 안 됩니다. 첫 연습주행의 베스트랩은 1:52.35.
1전의 마른 노면의 1분 55초보다는 초가 줄었지만 선두권 선수들의 베스트랩은 1분 46초에서 48초를 형성하고 있으니 매우 뒤처지는 기록입니다. 다른 선수들은 틈틈이 8월에도 스포츠 주행 (경기가 없는 날도 서킷 일정에 맞춰 일반주행을 할 수 있습니다)이 있는 날에 연습을 많이 한 모양입니다.
제가 속해 있는 H-Motors & EZ driving school 은 김효겸 선수가 감독으로 총 7명의 선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에 유일하게 1분 50초의 벽을 깨지는 못하는 단 한 사람이 있는데요. 그게 바로 저였습니다. 항상 제 앞을 지켜주던 박성환 선수는 제가 부재중인 사이에 엄청난 연습을 통해서 1분 48초까지 랩타임을 줄였더라고요.
잠시 휴식을 가지고 세 번째 연습주행을 준비합니다. 이제 좀 익숙해졌겠지라고 아주 큰 오산을 하고 있었던 듯합니다. 팀원들의 조언과 인캠 영상에서의 문제점을 생각하면서 다시 서킷으로 들어갔습니다.
선두로 들어간 차를 페이스메이커 삼아서 문제점을 생각하며 주행해서 나온 베스트랩이 1:50.719. 2초 정도 줄였습니다. 코너에서 탈출 속도를 좀 더 높이고 연석을 더 이용해서 나온 결과입니다.
그래도 아직 문제점이 많습니다. 연석을 사용하는 게 아직 부족하다고 박영일 선수가 조언해 줍니다. 팀에서 가장 열심히 하고 성적이 좋은 배울 점이 많은 드라이버이자 형입니다.
과연 내일은 어떤 결과가 기다릴까요? 하루가 그렇게 저물어 갑니다.
혼자만의 싸움 그러나 경쟁
아침 여덟 시에 시작되는 드라이버 브리핑에 참가하려고 숙소에서 7시쯤 부랴부랴 출발을 합니다. 결승 걱정에 잠이 안 오기도 하고 해서 인캠을 세 시간 정도 본듯 합니다. 제 영상도 보고 잘 타는 선수들 영상도 비교해서 봅니다. 확실히 차이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잠들려다가도 또 보게 되고.
드라이버 브리핑이 끝나고 바로 예선이 시작되기에 신분증을 들고 폰더를 받으러 사무국으로 향했습니다. 폰더를 설치하고 마지막으로 공기압을 점검해 봅니다. 어제보다 얼마나 기록을 단축할 수 있을까요?
하아... 50초의 기록을 깨지는 못 했습니다. 게다가 순위는 하위권... 연습만이 살길이었다는 말을 혼자 되뇌어 봅니다.
레이싱은 항상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이 순위가 저의 위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네요. 이제 저 순위대로 두 번의 결승을 치르게 됩니다. 과연 얼마나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을까요?
결승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인증샷도 찍고 간단하게 점심도 먹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쉬면서 12시 50분에 있을 첫 번째 결승을 준비합니다.
예선 끝나고 타이어 공기압을 점검해 보니 더운 날씨 덕분에 대략 15분 정도 타고나면 타이어 공기압이 5~8 psi 정도 올라가더군요. 그래서 공기압은 42 psi 정도로 낮춥니다. 이제 출발해 볼까요?
19위에서 15위로!
경기 중에 차량 간의 순위 변동이 있었지만 순위가 변하지는 않았을 텐데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기록지를 자세히 살펴보니 역시나... 4명 패널티를 받아 추가시간을 부여받고 혹은 실격을 당한(?) 덕분입니다. 물론 시즌 포인트에 영향이 없긴 하지만 순간 0.3초간 뭔가 기대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네요.
결과는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쭈구리처럼 있을 필요 있습니까? 경기에 참여하고 즐겨야죠. 다양한 클래스의 경기가 진행되다 보니 대기시간이 꽤 됩니다. 그래서 주최 측에서 소소하게 레이싱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레이싱모델과의 포토타임도 준비해 주었네요.
하지만, 그분들에게는 미안했지만, 저에게는 사랑하는 와이프가 있으니 무관심한 표정으로 포토타임에 임했습니다. 절대 뒤에서 누가 쳐다보고 있어서는 아니고요. 블로그에 특정인 차단 기능이 있는지 찾아봐야겠습니다.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가졌던 시간을 뒤로 하고 다시 심기일전해서 두번째 결승을 시작합니다. 첫 번째보다 스타트도 괜찮았는데 역시나 다른 선수들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하위권이라고 해서 열심히 하지 않는 건 아니거든요. 아... 화낸 건 아닙니다.
첫 번째 결승보다 순위 변동은 없으나 더 이를 악물고 탄 탓인지 베스트랩은 조금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순위는 아쉽군요.
1전과 2전은 완주를 목표로만 달렸었는데 3전에서는 그래도 중위권 이상으로 도약해 보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는데, 10월에 있을 4전을 기약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승은 같은 팀의 박영일 선수가 차지했습니다. 승자의 여유가 느껴지시나요? 샴페인을 온몸으로 받는 저 패기. 저도 잘 맞을 자신이 있는데 말이죠.
아쉬움이 크지만 다음 경기가 아직 남아 있고 하면 할수록 레이싱의 매력을 더욱 느끼고 있으니 실력을 더 쌓아서 돌아오겠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으니 마음이 또 서킷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25일에는 쉐보레 레이싱팀이 용인 에버랜드에서 경기가 있으니 오랜만에 응원을 가야지요.
10월에 있을 경기에서 더 재미있고 좋은 소식으로 더 넥스트 스파크와 함께 다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