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만 보면 품질을 따지는 버릇, 직업병이라고 하죠!"
- 30년을 하루 같이, 부평2조립기술지원부 황인식 직장 인터뷰
안녕하세요 토비토커 알레마나입니다. 더웠던 지난 여름의 끝자락을 태풍이 밀어내며 완연한 가을을 느낄 수 있는 10월입니다. 한국지엠의 다양한 구성원이 있는 가운데, 자동차회사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생산현장에서 30년을 하루같이 일하며 오는 17일에 30년 근속상을 수상하시는 황인식 직장님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자동차 생산현장의 생동감 있는 경험은 물론 텃밭을 일구며 또 다른 삶의 동력을 찾은 직장님의 인생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르망부터 올 뉴 말리부까지
Q. 어려운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지엠 부평2조립기술지원부 타이어서브B직을 맡고 있는 황인식 직장입니다. 매일 8명의 팀원들과 타이어에 휠을 장착하고, 공기주입 밸브를 조립해 생산라인에 공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지금 하고 계시는 일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주로 담당하는 차종은 올 뉴 말리부와 캡티바입니다.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타이어에 휠을 장착하고, 공기주입 밸브를 조립하죠. 이어 타이어의 무게 균형을 맞추기 위한 웨이트 장착, 브랜드 별 휠 캡 조립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타이어가 완성되면 차량 생산순서에 맞춰 자동 공급합니다.
말은 쉽지만 이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에요. 타이어의 종류가 30여가지에 이르고 최근에는 공기주입 밸브에 타이어 공기압을 감지하는 타이어 공기압 측정장치(TPMS: Tire Pressure Monitoring System) 센서가 있기 때문에 까다롭죠. 완벽한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생산지시서의 CODE를 보고 타이어와 휠 모델을 확인, 휠캡을 조립하면서 다시 한 번 타이어사양을 체크합니다.
Q. 처음에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는지 그리고 30년 동안 생산현장에서 근무 하셨다면, 그 동안 맡으셨던 업무가 궁금합니다.
군에서 기갑병으로 근무하며 정비라는 분야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재대 후에 선배의 소개로 관심 있던 대우자동차(현 한국지엠)에 발을 들여 놓았습니다. 1986년 6월에 입사해 처음은 차량의 품질을 관리하는 업무로 일을 시작했는데요. 그때 르망이 막 생산되는 시기였습니다. 르망은 1호차부터 품질검사에 참여했죠. 이후 말리부 생산초기까지 24년동안 완성차 품질관리 업무를 했습니다. 부서를 옮겨서 현장의 표준작업시간관리에 대한 업무를 4년간 하고 지금은 타이어서브직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차가 달릴 때 떨림이나 소리를 듣고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느낌이 오더군요.
Q. 한 곳에서 묵묵히 일을 하면 점차 많은 노하우가 쌓이게 되는데요. 현장에서 자동차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면서 얻었던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처음 르망을 생산할 때는 볼트의 토크를 하나하나 검사해 가면서 품질표준과 기준을 만들어 나간다는 사명감으로 일을 했습니다. 품질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고 교육도 많아 받았습니다. 일을 하면서 생산부서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더 나은 제품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업무에 최선을 다했죠. 일을 하며 정이 들었는지 인생의 첫차를 르망으로 정했습니다. 이후 완성차의 주행 검사를 주로 했습니다. 차가 달리면서 한쪽으로 쏠리는지, 핸들의 각도는 정확한지를 검사했습니다. 경험이 쌓이다 보니 차가 달릴 때 나는 떨림이나 소리를 듣고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느낌이 와요. 검사가 끝난 후 확인해보면 생각했던 부분에 문제가 있을 때가 있어요. 오래 일하다 보니 얻은 노하우 중 하나죠. 회사 밖에서도 지나가는 차를 보면 제대로 만들어 졌는지, 부품은 정확하게 조립됐는지 쳐다보는 버릇이 있어요. 그 때마다 친구들이 저더러 직업병 또 시작했다고 말해요.(웃음)
Q. 한 직장을 30년 동안 다니신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어려움은 없었나요?
1990년대말 외환위기를 겪고 1,750명이 정리해고 될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당시 이집트 생산공장에 파견 나가서 일하고 있을 때라서 정확한 회사상황을 모르고 있었죠. 같이 일하는 동료가 명단에 포함되어 다음날로 귀국할 때 많이 힘들더라고요. GM인수 후에 동료 모두 회사에 복귀된 것에 감사하죠. 이후 갑작스럽게 닥치는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평소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자기 개발과 발전에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마음으로 노력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아요.
텃밭에서 힐링과 기쁨을 느끼고……
Q. 일이 힘드신 만큼 스트레스를 푸시는 방법도 남다르시다고요.
한 5년 전쯤에 우연히 기회가 되어서 집 근처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에는 양파와 마늘을, 이번에는 고구마를 심었습니다. 함께 살고 있는 장모님이 점심으로 고구마를 잘 드시거든요. 회사 일이 주간 연속 2교대라서 전반조일 때는 오후에 가서 잡초도 뽑아주고, 후반조일 때는 아침에 가서 물도 주고 하면서 한 300kg정도 수확을 했습니다. 올 여름엔 너무 더워서 짬을 내 텃밭 가꾸는 일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집사람도 빨래가 늘었다고 푸념을 하고……(웃음)
Q. 일 만큼이나 텃밭 가꾸기에도 열심히 임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더라고요. 일도 마찬가지지만 텃밭을 가꾸면서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됐습니다. 씨만 뿌린다고 해서 작물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죠. 하나의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너무 닮아 있습니다.
Q. 내친김에 텃밭 가꾸기 노하우도 공유해 주시죠.
텃밭 가꾸기 초보자라면 키우기 쉬운 오이나 쌈 채소를 심어 보세요. 작물이 쑥쑥 자라는 모습에 보람을 느낄 수 있어요. 직접 키운 채소의 싱그럽고 아삭한 맛을 이웃과 공유 하는 것도 큰 매력입니다. 무엇보다 가족간에 공통 화제가 생겨 유쾌한 대화를 이어 나갈 수도 있다는 게 좋은 점 중 하나죠.
정년 후에는 봉사활동에 참여 할 생각
Q.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요?
현재 하고 있는 업무가 안정되면, 다시 표준작업시간관리에 대한 업무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현장업무의 기준을 정하고 현장개선활동에도 매력이 있어요. 그리고 이번에 시작한 토비토커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할 계획입니다.(황인식 직장님은 ‘자동차&텃밭아저씨’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정년이 몇 년 남지 않았어요. 정년퇴직 후에는 남을 도와주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국내외 소년소녀 가장을 돕는 봉사활동을 꼭 하고 싶습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하여 주신 황인식 직장님은 마지막으로 직접 생산에 참여 하고 있는 올 뉴 말리부가 안정적 주행, 탁월한 성능 등 장점을 설명하며, 많은 고객분들이 크나큰 사랑을 줘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남겼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지엠의 황인식 직장님을 통해 생생한 현장 노하우를 살펴본 알레마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