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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기타

내부에서 본 간단한 듯 복잡한 자동차 시장

특별 하면서도 일반적인 자동차 시장의 다양한 수요들



저는 엔진쪽 구매 부서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엔진 부품 몇 가지를 담당하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각각의 자동차 프로그램으로의 업무 접근이 쉽지 않은 편입니다. 엔진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되는 특성에, 한번 개발되면 다양한 차종에 적용 되기 때문에 비교적 긴 안목으로 차량 개발의 흐름을 보는 편이지요


차량 상하 분리


나름 중요 하다고 생각 하고 있긴 합니다만 사실, 현실에서 자동차 구매자들은 엔진은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 편입니다


차의 외관, 크기, 내장사양, 연비 정도 궁금해 할 뿐, 엔진은 그저 잘 달려주면 되는 부품 정도로 여겨지고 있지요. 친구로부터터보가 뭐냐, 빨간단추 누르면 차가 튀어 나가는 거냐라는 질문을 받고 상당히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블로그 방문객은 자동차 지식이 상당한 수준일 거라 자부하고 있습니다.)


차량 스위치

 

이미 자동차는 사치품이 아닌 필수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자동차 회사 직원보다 더 차를 잘 아는 사람 부터 엔진오일을 갈아본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 까지. 현재 자동차 시장은 정말 다양한 범위의 구매층이 포진된 넓은 스팩트럼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죠


그래서 위에 언급된 제 친구와 같은 사람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 자동차 시장입니다


즉, 자동차 지식이 많으면 좋겠지만, 전혀 없어도 굴리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제 아내와 같이 서리제거 / 에어컨 스위치를 구분하지 못하는 구매층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것이 현재 시장 상황인 거지요.


차량 여성 개


자동차가 개인이 구매하는 최고가의 소모성 재화라는 점도 복잡한 시장형성에 일조하기도 합니다


단위 금액이 크다 보니 특히 가족 공동체의 의견이 반영되는 경우가 많지요. 아빠가 아무리 성능 성능 해도, 엄마가 연비를 부르짖으면 접점을 찾아야 하고, 자녀들이 한몫 거들어 디자인, 공간의 중요성을 내세우는 순간…… 어떤 차를 골라야 할 것인가? 에 대한  헬게이트가 열리게 됩니다.


올란도


뭐 다 무시하고 내가 운전하니 내가 고른다 라는 용자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론 가족들의 요구를 무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다양한 사용자층에 다양한 니즈에, 국내 정서까지 반영되는 차량을 선택하려면, 고민에 또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캡티바 캠핑

 

게다가 예전부터 제가 느껴온 특이한 점은. 한국, 내수시장 에서는 차가 이동 수단을 넘어 간이 거주 공간의 개념으로 인식된다는 점입니다.


제가 연애시절 겪었던 일인데요. 제 아내와 한나절 내 빡신 쇼핑을 하고 저녁에 집에 모셔다 드릴 때 였습니다. 물론 하이힐을 신은 탓 이었겠지만 차를 타자마자 들은 첫 마디가아 이제 집에 다 왔네, 좀 쉬어야겠다였습니다. ‘? 집에까지 가려면 한 시간도 더 가야 하는 뎁쇼?’ 했더니 돌아온 말이차에 타면 집에 다 온거지 뭐였습니다

쉐보레 차량 신발

딱딱한 서스펜션을 기피하는 이유도, 큰 실내공간을 선호하는 이유도, 고급스러운 내장사양을 선호하는 이유도 차를 보는 이러한 시선과 연결시켜 보면 이해가 갑니다. 자동차는 또 다른 작은 집이었던 거죠. 항간에는 한국뿐만이 아닌 벗어나 동아시아 국가들의 문화 특성이라고 하더군요


차량 인테리어


여담입니다만, 글로벌 프로젝트 프로그램 매니저부터한국은 가죽시트를 엄청 좋아하고, 유럽은 직물시트를 엄청 좋아하고 해서 맨날 회의 때 유럽 애들이랑 싸운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시장을 전 세계로 확대해 본다면, 이런 다양한 문화차이도 감안 해야 할 겁니다. (또 다른 이야기 - 북미에서는 히스패닉, 라티노, 아프리칸 아메리칸이 크롬 장식을 광적으로 좋아한다고 합니다.)


쉐보레


때문에 오늘도 자동차 회사에서는 디자인-연구개발-구매-프로젝트관리-세일즈-마케팅 등 다양한 부서의 전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조금 더 좋은 성능을 원하는 수요층을 위해서, 조금 더 저렴한 가격의 차량을 원하는 수요층을 위해서, 조금 더 멋진 디자인을 원하는 수요층을 위해서, 좀더 안전하고 편안한 차량을 원하는 수요층을 위해 매일 회의를 갖고, 접점을 찾고, 협의하고 합의 해 가며 최고의 차량을 만들기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러분들 댓글을 통한 피드백 역시 소중히 다루어져 차량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고요. ^^

간단한 듯 복잡한 자동차 시장. 상호 교류로 발전해 나가는 느낌인데요 앞으로는 또 어떻게 진화하게 될까요?



이상 위저드아이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