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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회사의 린 프로덕션 - 린 프로덕션에서 정의하는 '낭비'란?



린 프로덕션에 대해 쉽게 하나 씩 알아가는 코너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선 린 프로덕션이란 무슨 의미인지에 대해서 이야기 했었습니다. 지난 포스팅을 보시면 더 좋겠지만 보지 않으셔도 이번 포스팅을 읽는데는 별 무리가 없으실 것입니다. 



린 프로덕션의 핵심은 낭비제거와 지속적인 개선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낭비란 도대체 뭘 말하는 걸까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낭비는 마구마구 쓰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제조현장을 보면 모두 다 물자를 아껴쓰고 있기 때문에 딱히 낭비라고 불릴 만한 것은 없어보입니다. 


린 프로덕션에서는 "우리가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알고 보면 낭비가 숨어있다. 우리가 그게 낭비인 줄 몰라서 그렇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린 프로덕션에서 정의하는 낭비


린 프로덕션에서는 낭비의 종류를 일곱 가지로 분류합니다. 단어만 봐서는 도저히 낭비처럼 느껴지지 않는 단어들입니다. 수정(correction), 과잉생산(overproduction), 동작(motion), 자재이동(material movement), 대기(waiting), 재고(inventory), 공정(process) 이렇게 일곱 가지 입니다. 영어로 앞 자만 따서 COMMWIP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저희 공장에서는 한 글자씩 만 따서 '수과동자대재공' 이라고 기억합니다. 


단어들의 원래 뜻을 생각하면 "이게 왜 낭비야?"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자재 이동이 왜 낭비지? 자재 이동을 안하고 어떻게 제품을 만들지? 재고가 왜 낭비지? 많이 쌓아두면 고객이 원할 때 빨리 빨리 팔 수 있을텐데.... 일곱가지 낭비를 다 다루면 너무 지루하니 핵심 낭비인 '과잉생산의 낭비'와 '수정의 낭비'를 설명하겠습니다. 



'과잉생산의 낭비'



규모의 경제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제품 1개당 가격은 제품을 한꺼번에 많이 만들면 만들 수록 싸집니다. 자동차도 처음에는 매우 비싼 제품이었지만 대량 생산을 통해서 지금의 가격으로 판매를 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비싸지만 대량생산을 할 수 없다면 더 비쌀 것입니다. 


대표이미지


그렇다면 많이 만들면 만들 수록 소비자에게 더 잘 팔 수 있을텐데 왜 많이 만드는 것, 즉 '과잉생산'을 낭비라고 할까요? 여기서 말하는 과잉생산은 소비자가 원하는 수요보다 더 많이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많이 만들면 만들 수록 제품 제조원가가 싸지기 때문에 제조업체는 많이 만들고 싶은 충동에 빠지기 쉽습니다. 위 사진 처럼 타이어를 만들었고 품질이 동일하다면 소비자는 당연히 100원짜리 타이어를 선택할 것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는 언제나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고 합니다. 많이 만들었지만 팔리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재고 제품을 보관해야 하고 그 보관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합니다.   또 보관과정에서 제품의 변형이나 변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면 팔지를 못하겠죠. 또는 재고로 보관을 하고 있었지만 소비자의 취향이 바뀌어서 판매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세일을 통해서 더 싸게 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이렇게 판매를 하면 다행입니다. 판매를 하지 못하면 폐기를 하는데도 돈이 필요합니다. 



실생활에서는 이런 "과잉생산"이 언제 발생할까요? 저는 명절음식이 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어머니는 명절 때 마다 엄청난 양의 전을 부칩니다. 할 때 많이 하셔야 한다고 하면서 많이 만들어서 저희들에게 싸주고 또 냉장고에 보관하십니다. 그런데!!! 그 전이 다음 명절 때 냉장고 안에서 발견됩니다. 어머니 제발 전은 먹을 만큼만 부쳐 주세요. 과잉생산의 낭비입니다. 



'수정의 낭비'



수정(correction)의 낭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제조 현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수정의 낭비와 일상 생활에서 발견할 수 있는 비슷한 사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제조 현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수정의 낭비는 불량 발생에 의한 수정입니다. 


자동차는 약 2만 개의 부품이 조립되어 만들어집니다. (물론 직접 세어 보지는 않았습니다.) 2만 개의 부품이 완벽하게 조립이 되면 좋겠지만, 중간에 하나를 조립하지 않거나 다른 부품을 조립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불량이 발생하면 검출 장치에 의해서 발견되고 수정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수정을 하려면 때로는 지금까지 만든 것을 분해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수정을 위해 추가적인 검사를 더 해야 할 수도 있지요. 수정을 하려면 누군가 그 만큼의 노력을 더 투자해야 합니다. 



린 프로덕션에서는 이런 행위 자체, 즉 수정의 행위 자체를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애초부터 문제가 없게 만들었다면 수정을 할 필요도 없고, 수정을 위해서 자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제조 현장에서는 이런 낭비를 막기위해 불량품이 아예 다음 생산 공정으로 갈 수 없게 하는 시스템들을 적용합니다. 에러푸르프 (풀 푸르프, poka yoke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안돈 (Andon) 등이 그런 장치 들입니다. 이러한 장치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다루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굳이 제조 현장이 아니라도 낭비가 있지 않을까요? 제가 가장 싫어하는 수정의 낭비는 보고서의 수정입니다. 지금 저희 회사의 경우는 이런 문제가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보고서의 수정이 하루 일과의 반이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보고서 작성 ▶ 출력 ▶ 과장이 결재하면서 수정 요청 ▶ 다시 작성 ▶ 출력 ▶ 차장이 결재하면서 수정 요청 ▶ 다시 작성▶ 출력 ▶ 부장이 결재하면서 수정 요청  다시 작성'


이런 과정이 무한루프처럼 반복되는 현상, 지금도 어느 사무실에서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겠지요. 사실 이런 일은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이 블로그에서도 자주 벌어집니다. 


저희 블로그에서도 이런 수정의 낭비를 줄이고자 하는 여러가지 노력이 있었습니다.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있는 게 사실이고 항상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수정의 낭비를 더 줄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여러분의 주변을 둘러 보시면 수정의 낭비가 아마 정말 많을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반복되는 수정의 행위를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그냥 열심히 하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실생활에서 낭비를 줄이고자 노력하는 어른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