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여행계획이었던 금요일부터 일요일(4/2~4/4)까지 2박 3일간 자동차 동호회원들과 함께 봄맞이 떼빙(?)참가가 갑작스런 토요일 워크샵으로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렇지만 777 행사도 떨어진 마당에 Car & Travel 행사라도 알차게 즐겨야 한다는 일념에 토요일은 와이프와의 제부도여행, 일~월요일은 가족과의 단양여행으로 계획을 급히 수정했습니다.
여행의 출발지가 된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입니다. 라프 뒤로 보이는 건물이 지난해 신축된 최첨단 디지털 도서관인 삼성학술정보관입니다. 전체 건물을 유리로 마감하고 선을 최대한 살린 스타일이 라프와 비슷하게 잘 어울리지 않나요?
워크샵이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마무리가 되면서 부랴부랴 와이프와 함께 제부도로 향했습니다. 제부도 진입로로 잽싸게 들어서니 오후 5시 30분이 넘었더군요.
원래는 낙조만 감상하고 돌아나와 해수탕에 갈 계획이었는데, 아뿔싸 5시 40분부터 8시 40분까지 밀물이라 꼼짝없이 섬 안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서해안 일몰을 시간대별로 감상하는 여유를 갖게 되었지요.
해가 수평선 아래로 완전히 자취를 감춘 후에도 여전히 남은 2시간여를 보낼 곳을 찾아 제부도 주변을 어슬렁 거렸습니다. 필사적으로 호객을 하고 있는 음식점은 영 내키지를 않아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발견한 곳이 바로 이곳, “몽(夢)”이라는 카페입니다.
언뜻 요즘 한참 주가를 날리는 MC 몽이 떠오르는 카페이지만,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바닷가앞에 바로 자리를 잡고 있고 제가 아는 한 제부도에서 유일하게 핸드드립 커피를 맛볼 수 있는 따뜻한 느낌의 카페였습니다.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사연으로 꽉 찬 카페 내부>
나중에 돌아와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이미 꽤나 많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탄 제부도의 명소더군요. 역시나 사장님의 포스(?)와 커피맛이 범상치 않더라니…..
다음날 아침, 전날 밤부터 놀러갈 생각에 밤잠을 설친 아이들(7살, 4살 남자만 둘 T_T;)을 데리고 단양으로 출발했습니다. 원래 제 애마인 코란도의 통통 튀는 승차감에 앞자리만을 고집하던 두녀석 모두 라프 뒷자석에서는 군말없이 잠이 들더군요. 특히 유아용 보조좌석을 위한 안전고리를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단양의 첫번째 목적지는 고수동굴
사진 오른편에 있는 매표소에는 두가지 주의사항이 있는데요. 첫번째는 “5세이하의 유아 동반시에는 관람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동굴 내 높은 습도로 디지털카메라가 오작동할 수 있습니다.” 였습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일반적인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고방식처럼 저도 사뿐히 주의사항을 무시한채, 둘째를 안고, DSLR을 든채로 씩씩하게 동굴 속으로 들어갔지요.
고수동굴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석회암 동굴답게 말로 형언할 수 없을만큼 아름답고 신비로운 풍광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고수동굴이 보통 생각하는 굴과는 달리 말그대로 땅속으로 등산하는 수직형으로 통로가 이어져서 계속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이죠. 게다가 곳곳의 높이가 어른 키보다 낮아 네살배기 아이를 안고(계단이 많고 어두워서 아이 혼자 걷기엔 불가) 1시간여를 구부정한 자세로 계단을 올라가자니, 아름다운 종유석 따위(?)는 눈에도 들어오지않고 숨이 턱까지 차오르더군요. 게다가 동굴 내의 습도계가 97%를 가르킬만큼 습하다보니 DSLR마저 문제를 일으켜 여행기간내내 모든 사진이 아웃포커싱이 되어버렸습니다.
역시나 주의사항을 적어놓은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애써 적어놓은 주의사항을 무시한 대가를 톡톡히 치뤘습니다.
고수동굴을 나와 피폐해진 몸을 추스리고 단양의 명물인 묵밥을 먹기위해 단양읍으로 이동했습니다.
오학식당은 단양을 동호회 여행지로 선정할 때부터 염두에 두고 있던 점심장소였습니다. 고소한 묵밥으로 정평이 난 곳인데 역시나 명불허전.
메인메뉴인 묵밥 뿐만 아니라 김치나 멸치볶음과 같은 반찬류도 감칠 맛이 나더군요. 게다가 주인아주머니 인심도 음식솜씨만큼이나 훌륭하셨습니다. 저희 꼬마녀석들을 위해서 뚝딱하시더니 계란 프라이를 만들어 주시더군요. 고수동굴 이후 정신을 못차리는 디카 때문에 사진을 올리지 못하는게 죄송할 따름입니다. 대신 제가 이곳을 안내받았던 다른 분의 블로그로 대신합니다. (http://blog.naver.com/tour1224/70083168366)
늦은 점심을 마치고 숙소인 대명콘도로 향했습니다. 회사에서 법인회원권을 갖고 있어서 대명콘도를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요. 제주나 변산의 대명콘도 만큼 시설이나 입지가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쏠비치는 아직 이용한 적이 없습니다.) 나름대로 깔끔하게 관리가 되고 있었습니다. 비수기에 평일인지라 부대시설 중 식당은 절반만 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어차피 1박인지라 큰 문제가 되진 않았습니다.
<객실에서 내려다본 풍경입니다. 아직은 녹색의 푸르름 찾기는 어려웠지만 상쾌하더군요.>
체크인을 하고 고수동굴에서 입은 내상(?)으로 게으름을 피우다보니 충주호 유람선 마지막배(이날은 오후 3시가 마지막 배)를 놓쳤습니다. 아 참, 대명콘도를 이용하실 분들께서는 1층에 있는 대명투어에서 주변관광지(고수동굴, 충주호 유람선 등등) 입장권을 구입하시면 기본 20%정도 할인이 되더군요.
유람선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콘도 길건너에 조성된 소금정 공원으로 아이들과 산책을 나섰습니다. 자그마한 공원과 산책로이지만 나무계단과 조경이 잘 가꾸어져 있었습니다. 요 몇 년사이 주변에 들어서는 이런 공간을 볼때마다 새삼 우리나라가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에 뿌듯해지네요.
원래 계획대로라면 저녁식사 전에 아이들이 골아 떨어지면 몰래 청풍호반의 굽이굽이 드라이브 코스를 라프로 과감히 공략하려 했으나, 간만에 나들이라서 그런지 아이들이 도통 자려하질 않아서 산책이 끝나고 곧바로 저녁장소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묵밥이라서 그런지 금새 소화가 되더군요.)
저녁식사 장소는 점심과 마찬가지로 미리 정해놓았던 마늘정식 전문 장다리 식당(단양의 매드포갈릭이라고 보시면 될듯). 단양의 특산품인 마늘로 만들어낸 갖가지 요리를 보면서 요리사의 창의성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의외로 마늘 특유의 냄새도 잘 억제되서 아이들이 먹기에도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도전적(?)으로 쳐다보는 녀석이 제 첫째입니다. 배가 고파서인지 날카롭군요.>
하지만 역시나 식사 후에 마늘 특유의 향취는 어쩔 수가 없더군요. 일본인 친구가 일본에도 마늘을 즐기는 사람이 많지만 마늘은 식사 이후에도 소화가 되면서 냄새가 올라오기(?) 때문에 금요일 저녁에 먹고 주말을 보낸 후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이해가 됐습니다.
다음날 아침 콘도 내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깔끔하긴 하지만 뭔가는 아쉽게)하고, 아쿠아월드로 향했습니다. 주말에는 사우나를 방불케할 정도로 붐볐을 곳이지만 월요일 아침이다보니 수영을 즐기는 사람보다 오히려 직원이 더 많을 정도로 썰렁했습니다. 외국인 단체관광객이 아니었으면 거의 가족탕 분위기가 되었을 듯.
단양 아쿠아월드는 온천시설이 아니긴 하지만 단양지역의 수질이 워낙 훌륭했기 때문에 온천욕을 한 것처럼 몸이 매끈거리더군요. 염소 소독을 하지않는 수질관리 방법도 한 몫을 한것 같습니다.
아쿠아월드를 끝으로 라프와 함께한 2박 3일 일정이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포커싱이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디카 때문에 보다 많은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라프 덕분에 모처럼의 가족 봄나들이를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로 신경써주신 GM대우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시승기가 아닌 여행기라 라프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별도로 쓰진 않았습니다만, 라프를 운전하면서 왠지 아버지의 피아트 132가 떠올랐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에 장만한 저희 집 2번째 자가용이었습니다. 단단한 차체에 밟는데로 쭉쭉 나간다며 아버지의 자부심이 대단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차량 크기가 큰 편은 아니라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바꾼 중형차를 타시면서도 가끔씩 예전의 132 말씀을 하시곤 했습니다. 살아계시다면 라프디를 한번 몰아보셨으면 좋으련만... 유난히 차에 대한 애착이 크셨던 아버지 기억이 떠오르네요.
블로그 회원여러분, 이번 주말이라도 부모님을 모시고 가까운 근교로 봄소풍을 떠나시면 어떨까요?
위의 여행 후기는 지엠대우톡 블로그 시즌2 오픈을 맞아 진행된 가슴 뛰는 Car & Travel 이벤트에 참가하신 원태희님이 작성해주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