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알아보는 눈길운전 주의점
지난번 포스트에서는 사고 후 대처법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사고는 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그래서 이번에는 간접적으로 겪은 눈길에서의 사고사례를 바탕으로 눈길 운전에서의 주의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운전을 너무나 얌전히 하여 ‘영감주행’이라는 놀림을 받는 친구 하나가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그 흔한 주차단속 범칙금조차 내어보지 않은 준법정신이 투철한 운전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지요. 속도위반 한번 없이 방어운전을 소신으로 살아온지라 보험사에서 표창장을 받을 정도로 사고위험도 적은 운전자였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와 같이 차를 타게 되었을 때 문득 특이한 운전스타일을 두 세 가지 정도 발견했습니다.
우선 교차로 좌 우회전 시 습관적으로 브레이크를 밟는 점. 정지 후 출발 시 쓰로틀 페달 (엑셀이라고 하죠)을 나누어 끊어 밟는 점. 마지막으로 제동 시에도 브레이크를 여러 번 나누어 밟는 점이었습니다. 이를 보고 궁금해진 저는 슬쩍 물어봤습니다.
‘브레이크를 특별히 나눠 밟는 건 뭔가 이유가 있는가 보군?’
그러자 그 친구로부터
‘어, 이렇게 하면 연비가 좋아진대’
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맞진 않지만 그렇다고 100% 틀린 말도 아닌지라 대화는 여기서 끝났었습니다만...... 저는 살짝 걱정이 들었습니다. 이 친구가 눈길 주행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운전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져 갈 즈음 어느 겨울날 친구에게 안부 연락 차 전화를 걸었습니다.
잘 지내고 있냐. 추운데 별일은 없지’
그러자 핸드폰 건너편에서 풀 죽은 목소리가 전해져 왔습니다.
‘젠장, 나 사고 났다. 눈길에서 미끄러졌어’
바로 그때 머릿 속에 떠오른 건 그 친구의 운전 스타일이었습니다. ‘아……브레이크를 잘못 밟았구나’
그리고 계속된 통화에서 사고의 전모를 듣게 되었는데. 이 예상은 거의 확신으로 변했습니다. 과속도 아니었고, 신호위반도 아닌 상태에서 불가항력으로 사고가 난 점을 항변했으나 블랙박스가 없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억울해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추측 하건대, 이는 운전자 본인의 실수일 확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위에서 언급된 세 가지 운전 스타일은 눈길 뿐만 아니라 우천시에도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피해야 하는 습관이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는 문제가 없지만 미끄러운 노면 상태에서는 작은 브레이킹으로도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휠락 (Wheel Lock)을 불러옵니다.
타이어가 잠겼다고 표현하는데, 회전하지 못하고 주욱 미끄러지는 거죠. 사고 구간인 언덕 코너구간 내리막에서 습관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을 것이고, 내리막 + 얼음(눈) + 커브의 3단 콤보가 터지면서 차는 휠락이 걸렸을 겁니다. 마찰력을 잃어버린 차량은 더 이상 운전자의 의지대로 방향전환이 되지 않았을 것이구요. 패닉에 빠졌을 가여운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계속 밟으며 핸들을 반대쪽으로 마구 돌렸을 터인데, 더더욱 통제 불능에 빠져버렸겠지요.
이런 이야기를 하기엔 병원에 누워있는 환자에게 너무한 것 같아 말았습니다만, 진작 말해줄 것을 하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그럼 이런 상황에서 제 친구는 어떻게 대응해야 했을까요. 차가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F1의 황제 마이클 슈마허도 어쩌지 못합니다만, 최대한 빨리 조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절차를 밟습니다.
만약 차량에 ABS가 달려 있다면 계속 브레이크를 밟고, 아니라면 발을 뗍니다. 핸들을 미끄러지는 방향쪽으로 돌립니다. 변속기를 2단 혹은 L에 두고 살짝 쓰로틀 페달을 밟습니다. 그러면 차량은 곧 마찰력을 회복하고 운전자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조향할 수 있습니다. (전륜의 경우며, 고급 대형차에 적용된 후륜은 조금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이 방법은 평소 많은 연습이 필요한 방법이며 (1-2초 안에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도로 폭이 좁거나, 대형차가 있을 때는 사용할 수 없는 스킬이기 때문에 사실 큰 의미는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천천히 운전하며 브레이크를 끊어 밟거나, 가속페달을 나누어 밟지 않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겠지요. 저도 눈 오는 공터에서 이런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만. 막상 당황하게 되니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더군요. 사고피해를 줄이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다만 눈길운전은 습관교정이 가장 중요하며, 유사환경에서의 직접경험이 도움이 되는지라 위의 방법은 연습용으로 ‘눈길의 특성이 이렇구나’ 하는 경험용으로 사용해 볼만 합니다.
진작 친구에게도 말해줄 걸 싶지만, 이미 지난 일 아니겠습니까. 시간이 지나서 상처가 치유되면 그때 조용히 언질을 줄까 생각 중 입니다.
이상 위저드아이언이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