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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기타

부평 D아파트 어느 여자 아이 할머니께 드리는 편지

부평 D 아파트 어느 여자아이 할머니께 드리는 편지 


 

최근 어느 수입차 회사에서 신월동에 사는 고객님을 찾는다는 기사가 떠서 화제가 되더군요.

사연인 즉, 신월동에서 7세 정도로 보이는 어린아이가 할머니 대신 손수레를 밀고 올라가다 정차된 수입차량 옆면을 긁어 어쩔 줄 몰라하던 차에 40대로 보이는 차주 부부가 다가와서는 대뜸 도로변 주차로 통행에 방해가 되었다며 할머니에게 고개 숙이며 사과를 했다는 목격담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고 합니다. 이 글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며 훈훈한 화제가 되자 해당 수입차 회사에서 차주에게 무상수리를 해주겠다며 수소문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기사를 접하는 순간 갑자기 제 머릿속을 스치는 사연이 있습니다.

 

쉐보레, 자전거<재연 사진> tip : 자전거와 사고시 차량이 지정된 주/정차구역에 위치해 있는지가 중요함


작년 11월 어느 화창한 겨울 오후 경이었습니다. 저는 부평 D 아파트 단지내 도로변 주차라인에 잠시 주차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쿵하며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차가 미세하게 흔들렸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나가보니 7세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자전거와 함께 넘어져 있더군요.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우며 괜찮냐고 물으니 고개만 끄덕인채 울먹거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멀리서 할머니께서 허겁지겁 뛰어 오시면서 "그러게 왜 자전거도 못타면서 그렇게 빨리 가냐"며 여자아이를 혼내시더군요. 그리고는 저에게 연신 "총각 미안하다"며, "새차 같은데 이 비싼 차 어떻게 하냐"고 어쩔줄 몰라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차는 정말 괜찮으니 손녀가 어디 다치지는 않았는지 검사라도 해보게 병원에 데려가자고 말씀드렸더니 오히려 손사레를 치시며 손녀보다 제 차 걱정을 하시더군요. 아이 엄마 연락처를 불러주시며 핸드폰이 없으시다고 저보고 대신 전화해달라고 부탁하시더니 아이 엄마께도 여기 총각 비싼차를 손녀가 자전거로 긁었다고 변상해줘야한다고 말씀하셔서 저는 한사코 괜찮다고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때 그 이름모를 여자아이 할머니께 이 자릴 빌어 영상편지는 아니지만 짧은 편지 한통 쓰고자 합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아파트 단지에서 손녀 자전거와 부딪혔던 사람입니다.

무더운 날씨에 건강하신지요? 제 차는 비싼 수입차도 아닌 쉐보레 올란도라는 국산차입니다.

 

 

제 차 걱정에 손녀 많이 혼내셨는데 크게 걱정 안하셔도 되는 3년이나 된 중고차입니다.

 

그날 손녀를 병원에 한번 데려갔었어야하는게 아니었나 싶어 마음이 편치 않더군요.

만약, 움직이는 차와 부딪혔다면 병원 꼭 가보셔야 합니다. 치료비는 무조건 운전자가 부담해줄꺼에요.

그리고, 차가 멈춰있더라도 주차선이 아닌 무단주차를 하였는지도 잘 살펴보셔야 합니다.

 

아참, 저 총각 아니에요. 결혼해서 벌써 아이가 셋이나 있습니다. 손녀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있는걸요.

손주들 돌보시느라 고생 많으시죠? 그날은 오히려 제가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럼, 건강하시고 행복하게 사시길 바라겠습니다.

 

쉐보레 올란도

 

사진에 보이는 곳이 그날의 흔적인데요. 자차 수리비가 조금 부담되어 페인트로 살짝 칠하고 다니고 있습니다.


쉐보레는 사각지대에서 일어나기 쉬운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사각(死角)사각(四刻) 캠페인’을 실시했습니다.


모두 사각 지대 어린이 교통 사고 유의하시고요! 

이상, 올란도 오너 4년차에 접어들며 털털하게 차 관리하고 있는 멀큰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