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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레이싱

레이싱 서킷의 숨은 보석, 오피셜에 도전한 멋진 하루!

 

 

2017년 6월 18일, 슈퍼레이스 3차전이 용인의 스피드웨이에서 열렸습니다. 이쯤되면 저를 애정하시는 분은 '슈퍼레이스에 출전하는 쉐보레 레이싱팀의 이야기를 하겠구나'라고 생각하실텐데요. 오늘은 그 예상을 깨고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드릴까요? 바로 드라이버가 도전해 본 '오피셜'의 하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피셜?! 그게 뭐지?


오피셜에 도전한다고 야심차게 이야기했는데, 오피셜이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시지요? 오피셜이란 레이싱 대회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경기 전반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서포트를 하는 사람들을 일컫습니다. 일종의 경기 진행 요원인데요. 경기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관제, 기술, 사무국, 심사, 안전, 코스, 피트, 구난, 의료, 의사 등으로 다양한 영역에 걸쳐 모집 및 구성됩니다. 이번 슈퍼레이스 3전에도 3일에 걸친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총 300명 이상의 인력이 대회에 투입됐다고 하는군요. 

 

제가 맡은 역할은 코스의 각 포스트 (구간별 관제가 필요한 구간) 를 운영하는 코스 요원입니다. 오피셜 중에 가장 인원이 많이 필요한 부문 중 하나로 기본적으로는 트랙 위 선수들에게 상황을 알리는 깃발을 흔드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간단한 깃발의 의미는 아래 포스팅을 참고해 주세요.

 

 

 

레이스 드라이버, 오피셜에 도전하다 !

 

말로는 간단해 보였던 오피셜! 실제도 도전하면 어떨까요? 이론과 실전은 다른 법! 이제부터 제가 직접 체험하고 몸소 경험한 오피셜 도전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경기가 있던 날 아침 6시 30분. 누구보다도 먼저 오피셜에 지원한 인원들이 경기장으로 모여듭니다. 한정된 경기장의 주차시설 때문에 차량을 가져 온 사람들은 경기장 근처의 주차장에 자신의 차량을 세워 두고 셔틀 버스를 타고 경기장으로 이동합니다.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오피셜이 이 아침에 모여든 것을 보면 레이싱에 대한 열정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것 같군요.

 


경기장에 도착하여 잠시 시간이 남아 경기 전날 예선을 치뤘던 쉐보레 레이싱 팀의 피트를 가 보았습니다. 아직 팀 사람들은 오지 않았네요. 오늘은 관람객의 위치가 아닌 코스 오피셜로 역할을 다해야 하기에 공정한 마음가짐을 우선시하고 잠시 응원의 마음은 접어두는것으로 해야겠습니다.

 



코스에 투입되기에 앞서 참가서약서를 작성하고 오피셜 슈트와 간단한 간식거리를 제공 받습니다. 한낮의 온도가 섭씨 30도를 웃돈다고 하니 차가운 얼음물을 여러 개 챙겼습니다. 무엇보다도 안전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오늘 제가 배정받은 포스트는 17번입니다. 12번 코너에서 탈출하여 레이스카가 13번 코너까지 가속을 하는 구간으로 12번 코너 탈출시에 와이드런 (코스를 벗어나 코스를 크게 도는 것) 이 일어 날 수도 있는 구간이군요. 저는 이번에 처음으로 지원하여 아직 코스 오피셜로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선임 오피셜과 2인 1조가 되어 지정된 포스트로 배정받게 됩니다. 살짝 긴장했는데, 한시름 놓았군요. 

 



서킷 내 셔틀버스를 타고 차례대로 지정된 포스트로 오피셜이 배치됩니다. 제가 오늘 보게 될 12번 코너입니다. 아직은 아무도 밟지 않은 서킷과 뒤로 보이는 안개 낀 산들이 장엄한 느낌마저 주는군요. 아침 8시를 조금 넘는 시각입니다.

 



12번 코너를 지나 제가 있는 17번 포스트를 풀 악셀로 질주할 레이스 카들이 만나게 될 13번 코너가 포스트의 반대편에 보이는군요. 지난 번에 올 뉴 크루즈를 시승하러 왔던 이 코스에 오피셜로 오니, 정말 감회가 새롭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같습니다.

 

 


 

잠시 코스를 살피며 추억에 잠긴 후 포스트 타워로 들어오니, 눈에 익은 깃발들이 있습니다. 항상 경기 중에 보기만 했던 깃발을 직접 흔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예상했던 것 보다 책임감이 막중하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정신 바짝 차리고 실수없이 해야겠다'라는 다짐을 마음속으로 해봅니다.

 

 

대표이미지


오후에 있을 결선에 앞서 각 클래스별 차량 확인을 위한 웜업 주행이 오늘의 첫 일정으로 8시50분부터 시작됩니다. 이를 위해 오피셜 차량으로 코스점검을 하고 있군요. 작은 실수라도 있어서는 안 되기에 단 한번의 경기를 위해 여러번의 확인이 이루어진 후에야 경기가 시작됩니다. 저는 매번 레이서로 참여하다보니 제 차량의 상태를 점검하느라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노력은 잘 모르고 있었는데 눈으로 보니 감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쉐보레 레이싱팀도 레이스 카를 웜업하려고 코스에 투입되었군요. 11번 차량인 걸 보니 이재우 감독님의 차량입니다. 매끄럽게 잘 달려 나가는 것을 보니 왠지 기분도 좋아집니다. 오늘은 과연 어떤 성적을 보여줄 지, 기대가 됩니다.

 



웜업이라고 해도 쉬엄쉬엄 달리는 선수들은 없습니다. 결승에서 최선의 성능을 내기 위해 웜업 주행에서도 차량의 컨디션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봅니다. 그러다 보니 모래 먼지를 날릴 정도로 열정적인 모습도 연출됩니다. 코스 오피셜이기에 볼 수 있는 멋진 모습이라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코스 오피셜이라는 것을 잠시 잊은 채 사진으로 남겨 봅니다. 


 


웜업이 끝나갈 무렵 폭염주의보라는 긴급재난문자가 핸드폰으로 다급하게 전송됩니다. 얼마나 더울 지 감이 잘 오지 않는 가운데 쉽지 않은 하루가 될 것 같은 느낌이 옵니다. 웜업 중에는 특별한 사고와 문제 없이 일정이 잘 마무리 되었는데, 같이 배정되었던 선임의 말을 들으니 결승이 시작되면 정신없을 거라고 미리 주의를 주었습니다.

 



두 시간 정도의 이벤트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약간의 여유가 주어집니다. 서킷에서 불어 오는 바람을 맞으면 오늘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과 엔트리를 확인해 봅니다. 결선에 들어서면 포스트를 통과하는 레이스카의 번호를 모두 기록해야 한다고 하니 클래스별 출전 차량과 엔트리를 알아두어야 하겠더군요. 생각보다 공부해야 할 것이 많았습니다.

 



이벤트가 진행되는 동안 지급된 간식을 먹으며 다른 차량이 주행하는 것을 보니, 속마음은 '나도 서킷 달리고 싶다'라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들을 위해 이 자리에 섰으니 오피셜로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점심시간이 되면 점심을 먹으러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코스카를 탄 다른 오피셜이 각 포스트로 점심 도시락을 가져다 줍니다. 솔직히 하루 전만 해도 경기가 없는 시간에는 여기저기 가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은 저의 완전한 미스! 타이트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 코스 오피셜들은 포스트를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저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죠. 급한 용무 이외에는 포스트를 떠날 수 없었습니다. 뜨하! 아마도 오피셜이 쉽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 첫 번째 순간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선임과 함께 점심을 먹고 결승이 시작되기 전 각 포스트에 가까운 코스를 청소하러 갑니다. 경합이 심하거나 급격한 코너 부근이 아니라 이후의 경기에도 다행이 청소할 것은 많지는 않았습니다. 떨어진 타이어 조각을 정리하고 서킷 위에 날린 모래를 쓸어버리는 정도였으니까요. 경기가 시작되기 전 그리고 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코스를 청소해 줘야 합니다. 타이어 조각을 비롯하여 사고가 난 포스트의 경우 차량의 부서진 파편이 서킷에 남겨져 있기 때문이죠.

 

코스 오피셜이란 단순히 해당 코스의 상황만 주시하는 것이 아니라 코스의 노면 상태도 관리해야 했습니다. 또한, 아까의 폭염주의보 대로 점점 강렬해지는 태양의 열기에 청소마저도 그리 쉽지많은 않았습니다.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군요.


 


경기가 시작되면 각 코스 오피셜들은 눈앞에 있는 코스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저도 포스트를 위해 레이스 사진을 찍어 보려 했지만, 그럴 시간이 주어지지는 않더군요. 시간이 짧다 보니 카메라를 통해 제대로 된 사진을 찍기가 어려웠습니다. 쉐보레 팀의 크루즈라도 사진에 담아보기 위해, 저 멀리 다가오는 크루즈를 촬영해 보았습니다.

 

스마트폰에서 볼 때는 잘 찍혔다고 생각되었지만 멀리 있는 차량을 디지털 줌으로 확대하다 보니 사진의 수채화 현상이 생각보다 강렬하네요. 하지만 이런 사진에서도 쉐보레 레이싱 팀의 올 뉴 크루즈 레이싱카 만큼은 빛이 나는 듯합니다.



경기가 시작되면 선임 오피셜은 관제로부터 오는 무선을 계속 수신하는 동시에 서킷 위의 레이스 상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하고, 후임 오피셜은 함께 상황을 파악하는 동시에 각 랩마다 레이스카의 순위를 작성해야 합니다. 오전에 각 클래스별 레이스카의 엔트리를 봐 둔 것이 그나마 조금은 도움이 되더군요.


 


게다가 경기 중 발생하는 상황에 맞게 깃발과 사인보드도 들고 있어야 합니다. 이쯤 되면 경기장 가까운 곳에서 경기를 즐긴다는 생각은 아예 버리게 됩니다. 지나가는 차량들을 계속 확인해야 하고, 포스트 부근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에 대한 보고서도 그 순간에 바로 작성해서 경기가 끝난 후에 해당 오피셜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다음 경기가 시작되기 전 코스도 정리해야 하죠.


 


치열했던 경기가 모두 끝나면 포스트 주변을 정리하고 기록지와 가지고 왔던 장비들을 모두 챙긴 후에야 하루의 일과가 끝이 납니다. 30도가 넘는 날씨에 선수들과 팀 관계자들도 힘들었겠지만, 원래 본인이 겪은 것이 가장 힘든 법이죠. 그래서 저는 오늘만큼은 오피셜이 가장 힘들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비록 하루밖에 안되는 짧은 경험이었지만, 잠시나마 오피셜에 대해 많이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였습니다.  

 

 

오피셜, 레이싱 서킷의 숨은 보석!


 

솔직히 드라이버로 경기장에 갈 때는 오피셜에 대해서 딱히 고마움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마도 항상 거기에 있고, 직접적으로 대화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드라이버의 안전과 공정성을 위해 묵묵히 자신의 일을 다하는 오피셜 분들이 있기에 관중도 선수도 재미있는 레이스가 가능하다는 것을 오늘을 통해 새롭게 깨달은 것 같습니다. 다음 달에 있을 대회에서는 오피셜을 보면 밝은 미소로 인사를 나눠야겠습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면 고맙다는 말도 전해야겠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만큼 힘이 나는 것도 없으니까요. 

 

지금까지 모터스포츠의 숨은 보석인 오피셜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앞으로도 직접 체험하여 여러분에게 더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테니 포이동슈마허와 함께 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