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High Altitude) 개발 - GM KOREA 엔진제어 개발이야기
금번 고지개발편은 지난번에 소개드렸던 '시동성 개발편'에 이은 두번째 엔진제어개발이야기입니다.
차량 개발과정에서 고지(High Altitude)에 대한 테스트는 필수입니다.
고지테스트는 왜 필요할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높이 올라갈수록 기압이 낮아지고, 이는 실린더내로 유입될 수 있는 공기량을 부족하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따라서, 대기압이 낮아지면 차량의 여러가지 성능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는 인간이 높은 산을 오를 때 체내의 산소부족으로 발생하는 고산병과 같은 원리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산소부족으로 인한 고산병은 육체적인 훈련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극복이 가능합니다. 차량은 이러한 체력강화 훈련 대신에 현 지점의 대기압에 맞는 공기량 및 연료량 보상을 통해서 엔진이 좀 더 힘을 낼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국내에서는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은 강원도 태백에 있는 '함백산'인데요. 자동차를 이용하여 1600m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함백산 만항재 정상 1330m
함백산 만항재 정상입니다. 여기에 처음 오신 분들은 1330m가 차로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높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저희는 고지테스트를 위해 더 높은 곳을 찾았습니다.
함백산 정상 1560m에서의 풍경(태백선수촌)
함백산 정상 1560m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아래에 태백선수촌도 살짝 보입니다.
해외의 경우는 국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의 높은 지대가 많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지엠의 엔진제어개발원들은 미국 덴버에 있는 Mt. Evans(4500m)와 스페인의 시에라 안달루시아에 위치한 시에라 네바다 산맥(2500m)에서 High Alt. 테스트 수행을 합니다.
Mt. Evans 4300m 고지의 아베오 Mule Vehicle
미국에서 가장 높은 산인 Mt. Evans(4300m)의 정상입니다. OPEL의 Corsa이며, 아베오의 모습이 탄생되기 전에 잠시 빌려입었던 옷입니다. 산 정상에 가까워질 수록 차량의 성능도 저하되지만, 제 심장도 박동도 같이 빨라 집니다.
평소에 운동을 게을리한 결과가 여기서 나타납니다^^ 제 하드웨어가 튼튼하지 못하다는 증거죠..... 정상에 도착해서 데이터를 보고 있는 동안에도 몸은 가만히 편안하게 차안에 앉아있지만, 숨소리는 거칠어 집니다. 첫 출장때는 숨쉬기도 힘들고 머리도 어지러웠는데, 다음번 출장때는 이러한 출장에 몸이 학습을 하게 된건지, 그다지 부담은 없었습니다.
고지에서 절대적인 공기량의 부족은 차량의 시동성 불량, 공회전 안정성 저하, 가속성능 저하, 제동성능 저하 등 차량 전반적인 성능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Sea level(해면, 고도 0m)이 아닌 고지에서 부족한 공기량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하기 위해서는 ECM이 현재 지점의 대기압이 얼마인지 정확히 판단을 해야합니다.
ECM이 어떻게 대기압을 판단하게 될까요? 대기압 센서가 있다면, 정말로 쉬운일일텐데요...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기압 센서가 없어도 ECM이 판단을 할 수가 있다면, 굳이 대기압센서가 필요하지는 않겠죠?
차량에는 특정 압력을 판단할 수 있는 센서가 Intake manifold에 부착이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MAP sensor입니다.
MAP sensor는 Manifold의 압력을 측정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Manifold 내의 압력과 대기압이 같아지는 시점에서는 MAP센서의 값을 대기압으로 판단을 할 수가 있습니다.
Manifold 내의 압력과 대기압이 같아지는 시점은 아주 간단히 설명을 드리면,
1. 시동시(Key-on)와
2. 운전자가 악셀 페달을 많이 밟아서 Throttle이 어느 일정 궤도 이상으로 열릴 때입니다.
ECM은 위와 같은 경우에 매 순간마다 Manifold의 압력의 값을 현 시점의 대기압으로 판단을 하여, 대기압에 따른 적절한 control을 하게 됩니다.(물론 대기압 센서를 사용하여 이런 logical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차량도 있습니다.)
위와 같은 Logic을 사용하여 정확한 대기압의 정보를 ECM이 읽어오게 되면, 대기압에 맞게 적절한 보상을 하여 차량을 control하게 되는 것입니다.
일정단위로 고도에 따른 시동성, 공회전, 운전성 등을 확인하며 데이터를 수집하게 됩니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로 각 고도에 따른 실린더내 공기량, 연료량, 점화타이밍 등을 결정하여 최적의 차량을 개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스페인 시에라 네바다 2500m
스페인의 시에라 네바다입니다. 차량으로 올라갈 수 있는 높이는 2500m죠. 여기는 겨울에 스키어들이 즐겨찾는 리조트인데요. 저희는 겨울이 아닌 여름에만 이 곳에서 테스트를 하게되죠. 그래서 눈도 없고, 사람들도 많이 없어 한가하답니다.
겨울에 출장을 간다고 해도 저희 엔지니어에게는 그림의 떡이죠^^. 스페인 출장 3주간의 기간동안 매일 밤 늦게 일과를 마치고 하루밖에 쉬지를 못했으니, 쉬는 날에는 가만히 방에 있고 싶었습니다.
참고로, 스페인의 시에라 네바다는 저희 GM KOREA 시험차량 이외에도 국내외의 다른 자동차 회사의 엔지니어들도 많이 찾는 테스트 장소입니다. 여름 시즌에는 여러 자동차메이커들의 개발중인 차량을 볼 수 있죠.
고지 테스트(High Altitude Test)에 대해 전반적인 내용을 말씀을 드렸는데요. 이러한 일련의 테스트는 일반적인 조건(Sea Level)이 아닌 특정한 조건에서 운전자들로 하여금 더욱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차량을 운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개발과정 중의 하나입니다.
엔진제어개발의 두번째 이야기 잘 보셨나요?
이상, 지엠코리아 토비토커 '몽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