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약점 노리는 자동차 자해공갈
자동차 자해공갈은 말 그대로 고의로 자동차 사고를 내면서 스스로 다치거나, 또는 다친 척하면서 금품을 요구하거나 협박하는 범죄를 말합니다.
이 범죄는 지극히 운전자의 감정을 공략하는데요. 사고는 운전자들에게 본능적인 공포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사고 처리 과정이 귀찮고 이후 보험금까지 오른다는 생각에 판단력이 흐려지게 됩니다.
자동차 자해공갈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노리는 것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평소에 담력이 세고 판단력이 날카로운 운전자라도 자해공갈 사고를 당하게 되면 당황하거나 문제를 속히 해결하려는 마음에 상대의 요구에 끌려가게 됩니다.
더구나 자동차 자해공갈 사건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사건 계획 단계에서 합의를 좀 더 쉽게 이끌기 위해 상황에 대한 대처나 준비가 부족한 운전자를 미리 선택하기도 합니다. 다음 사건 사례는 그 본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광주 동부에 사는 가정주부 김 씨는 지난달 난처한 사고를 경험했습니다. 김 씨는 평소처럼 밤 10시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는 딸을 태우기 위해 차를 몰아 학원들이 밀집한 공주 동구 서석동 도로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목적지에 가까워진 김 씨는 속도를 늦추고 서행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차 옆쪽에서 튀어나온 한 남자가 김 씨 차량 사이드미러에 손을 세게 부딪쳤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김 씨는 지나가던 행인이 김 씨의 운전미숙으로 피해를 당했다기보다는 남자가 의도적으로 사고를 위장하고 있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속도도 빠르지 않았고 진행 방향과는 상관없이 옆에서 다가와 손을 부딪치는 점도 이상했습니다. 하지만 놀란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는데다 남자의 의도를 상상하자니 두려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팔을 부여잡고 차 앞에 넘어져 신음을 내던 남자는 김 씨가 접근해 상태를 묻자 크게 화를 내면서 당장 병원에 가야겠다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추운 날씨에 학원 앞에서 기다릴 딸 걱정과 더불어 당황스러운 상황을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던 김 씨는 소란을 부리는 남자의 요구에 따라 10만 원을 합의금으로 건네고 말았습니다.
김 씨는 정말 남자의 손에 부상을 입힐 만큼 잘못된 운전을 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이 남자가 바로 자동차 자해공갈범이었을까요? 모든 것은 정확한 증거와 수사에 기반해야 하겠지만, 아마도 이 남자는 금품을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사고를 일으키려고 한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바로 위 사건을 일으킨 남성, 이 모(22살) 씨가 학원이 밀집한 서석동 인근에서 비슷한 자동차 자해공갈 사건을 수십 차례 반복하다 마침내 경찰에 구속됐기 때문인데요.
광주 동부경찰서는 1월 9일 수십 차례에 걸쳐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속여 현금과 보험보상금을 받아 가로챈 이 모 씨를 공갈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조사결과 이 씨는 차량의 사이드미러 등에 손을 고의로 부딪치고 나서 운전자에게 치료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수법을 활용했는데요. 주로 여성, 학부모가 운전하는 차량을 물색해 모두 29차례에 걸쳐 370여만 원의 현금이나 보험보상금을 챙겼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씨가 17차례에 걸쳐 보험 보상금을 받아 보험사 내부 정보망에 일명 ‘손목 치기’라는 보험사기범으로 이름이 올라있었다는 점입니다. 피해자들도 이 씨의 행동이 의심스러웠지만, 요구 금액이 5~10만 원 수준으로 비교적 낮아 경찰 신고에 소극적이었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알고도 당한 셈.
식당 배달원으로 일하는 이 씨는 경찰에서 “9개월 된 아이와 척추질환으로 병원에 장기입원 중인 가족 때문에 목돈이 필요했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사실이라면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과연 금전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이 자해공갈밖에 없었을까요? 의혹과 슬픔이 교차하는 부분입니다.
조직/계획적으로 진화하는 자동차 자해공갈
자동차 자해공갈 사건이 위에서 나왔던 ‘손목 치기’처럼 단순할 수도 있지만 더 계획적인 방법이나 여러 명이 동시에 접근해 운전자를 속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차량과 특수 제작한 목발을 동원해 계획적, 조직적으로 사고를 일으키고 돈을 요구하는 지능적인 자해공갈범 일당이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범죄 대상이 되는 차량 맞은편에서 미리 준비하고 있던 차량이 갑작스레 진입해 대상 차량이 급하게 진로를 변경하도록 하면 역시 미리 준비하고 있던 일당이 특수목발을 대상 차량의 바퀴 사이에 밀어 넣는 방식으로 사고를 일으키고 부러진 목발 값으로 합의금을 뜯어냈습니다.
이들이 차의 움직임을 사전에 통제하는 방법을 활용한 점, 운전자가 사고를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목발을 사용한 점, 그리고 목발을 집어넣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62세로 운전자의 동정심을 유도하도록 안배한 점 등은 그 지능적인 양태가 황당하면서도 인상적인데요. 이들은 목발이 좀 더 쉽게 손상당하도록 원래 재질인 스테인리스보다 강도가 약한 알루미늄 파이프로 특수제작한 목발을 사용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 한 가지, 일당의 진술로는 피해 운전자 중에서 “할아버지 약값이라도 하시라”며 요구한 합의금 이상의 돈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자해공갈에 자동차를 활용하는 일도 많습니다. 지난해 7월 부산에서는 불가피하게 중앙선을 넘은 차량에 고의 사고를 일으키고 상대 운전자에게 합의금을 뜯어낸 20대 4명이 입건됐습니다. 이들은 좁은 도로에 주차된 차량이 많아 불가피하게 중앙선 침범이 잦은 구간을 범죄 장소로 물색한 후 대기하다가 중앙선을 넘는 피해차량에 고의 돌진해 사고를 일으키는 수법으로 합의금과 보험금을 챙겼습니다.
합의금을 받아낸 경우 외에 15차례에 걸쳐 받아낸 보험금만 5,800만 원.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 중 3명이 병원장, 국립대 교수, 건설회사 기업체 간부의 자녀들로 평소 외제 차를 끌고 다니는 부유한 젊은이들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용돈이 많지만, 씀씀이가 큰 나머지 “돈이 필요해” 범행을 계속했다고 진술해 형사들을 황당하게 했다는 후문입니다.
자동차 자해공갈 대처방안은?
자동차 자해공갈 대처방안:
- 탑승, 하차, 주정차 시 차량 주변과 사각지대를 미리 살핀다.
- 사고 발생 시 대응에 유리하도록 블랙박스를 설치한다.
- 사고가 발생하면 목격자 확보에 유의한다.
- 사고가 발생하면 경찰과 보험업체를 믿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
- 다른 운전자나 차량 상황에도 관심을 두고 위험한 사항은 미리 알려준다.
진화하는 자동차 자해공갈 사건 대처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선 현실적으로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블랙박스입니다. 사고의 진위 또는 의도의 여부를 파악하는 데에 블랙박스가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차에서 타거나 내릴 때에는 운전 사각지대는 물론 주변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동차 자해공갈 사범들은 범죄 대상을 물색하는 과정을 거친 후 미리 짜둔 상황에 대상 차량이 빠져들도록 합니다. 자신의 차량을 유난히 관찰하거나 주차 이전, 이후 차량 주변을 서성이는 사람이 있다면 특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자신의 차량, 상황만 살필 것이 아니라 주변 차량, 운전자들의 상황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서로알려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령 자동차 자해공갈 사고를 일으키려는 시도를 경험했다면 바로 인근 차량이나 운전자에 해당 사실을 알려 범죄나 피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주차하거나 주차장에서 출발하려는 운전자가 사각에 있는 사람이나 물체, 차량을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면 이를 능동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한 사람만의 관찰력이나 경각심만으로는 조직화한 범죄의도에 맞서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조금 귀찮고 힘들 수도 있겠지만, 운전자끼리 범죄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서로 신경 써주고 도울 수 있다면 자동차 자해공갈 사건도 크게 줄 것입니다.
만약 사고가 일어났다면 목격자 확보에 신경 써야 합니다. 특히 블랙박스, CCTV 등 영상자료가 부족할 때 목격자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자해공갈 사범들이 조직화하면서 목격자 역할을 하는 가담자가 인근에 있는 경우가 있으니 이 역시 고려해야 합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경찰과 보험업체에 해당 사고를 믿고 맡겨야 합니다. 많은 운전자가 귀찮은 절차를 피하려고, 또는 보험료가 오르는 것이 싫어서 자동차 자해공갈 사고의 피해자가 되고도 쉽게 합의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관련 사건이나 범죄자들에 대한 정보, 경험이 많은 경찰, 보험업체가 이런 사건에 더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더불어 제2, 제3의 피해자를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이러한 절차를 건너뛰어서는 안됩니다.
무관심 속에 자라나는 자해공갈 사기
한쪽에서는 병든 가족을 위해 5~10만 원을 노리고 몸을 던지는 가난한 남자가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외제 차를 몰면서도 용돈이 모자라 타인의 차량에 돌진을 서슴지 않는 젊은이들이 있습니다. 62세의 지긋한 나이에 범죄에 이용하기 위해 특수 제작한 목발을 순진한 운전자의 차량 바퀴에 슬쩍 집어넣는 노인도 있습니다. 자동차 자해공갈 사건의 여러 모습 속에는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는 세상의 혼돈과 욕망이 뒤얽혀 있습니다.
한 해 적발되는 교통사고 보험사기만도 무려 8만 건, 자동차 자해공갈 사건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안전운전, 방어운전도 중요하겠지만, 자동차 자해공갈사범이 날로 지능화, 조직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나만 조심한다고 안전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범죄는 무관심 속에서 자라나는 생명체와 같습니다. 다소 원론적이고 순진한 발상이지만 그래서 더욱 간절한 부분인데 서로가 서로의 사각지대나 위험을 미리 살피고 알려주는 성숙한 운전 문화, 그리고 사회를 꿈꿔봅니다. 우리 모두 안녕하도록 말입니다.